희한한 꿈을 꿨다. 누군가에게 목을 억지로 물리는 꿈. 두려움과 슬픔이 소용돌이 치던 시간이 지나가고, 모든 것이 끝난 뒤, 몸을 바들바들 떨던 나는 무언가 뚝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상대방이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가슴이 아파서,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뺨에 손끝이 닿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무의식중에 소매로 얼굴을 닦고서 몸을 일으킨 나는 목이 칼칼한 기분을 느꼈고, 물을 마시기 위해 컵을 쥐고 병을 들었다. 물이 차있어야 할 병이 가벼웠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방을 나서서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캄캄한 복도 위를 걸었다.

 깊은 밤이 되어 가로등이 꺼지면 달빛이 닿지 않는 마츠노가의 복도는 손전등을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진다. 나는 손전등의 빛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누군가 갑자기 내 앞에 확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쉿─. 다들 깨겠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곧 그 누군가가 이치마츠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가까이서 확인하고도 여전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놀랐다. 그의 오른쪽 눈밑에 새카맣게 멍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얼굴이 왜 이래?"

 "아까 장남에게 끌려갔잖아. 그때 맞았어."

 "또?!"

 나는 손을 뻗어 이치마츠의 뺨을 감싸고 그의 얼굴에 생긴 멍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소마츠자식, 그렇게 말했는데!"

 안쪽에서부터 검붉게 부어오른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동생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어떡해?"

 뭐가 이상한 건지, 이치마츠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따라와. 아래층에 내려가서 약 바르자."

 "으, 응…"

 나는 1층 거실의 선반에서 약상자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이치마츠와 마주앉았다. 다행히 멍을 가라앉히는데 효과가 좋은 연고가 아직 남아있었다. 나는 손가락 끝에 연고를 살짝 덜어서 이치마츠의 멍이 든 부분에 살살 발라주었다. 그런 다음에는 약이 잘 스며들도록 후우후우 바람을 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됐으니까 그만 발라. 덕지덕지한 거 싫어."

 이렇게 심하게 멍이 들었는데……. 나는 미간을 좁힌 채 이치마츠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도 꼭 발라야 돼. 귀찮다고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

 "아니다, 내가 발라줄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심이 안 돼."

 "……."

 "왜 그래?"

 "그냥 조금 의외라서."

 "뭐가?"

 "난 네가 당연히 '그러게 왜 맞을 짓을 해'라면서 화를 내거나 '쌤통이다' 하면서 웃을 줄 알았거든… 근데 내 예상과 반대로 썩을 장남을 탓하니까…"

 "뭐랄까…"

 "나…"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그렇게 생각할 때 즈음, 이치마츠가 두 손으로 뺨을 감싸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정말 NTR 성공했는지도─.♡"

 걱정했던 내가 바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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