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어느날 오후. 나는 빨래를 널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다. 마침 이치마츠가 지붕 위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고, 그의 무릎 위에 엎드린 고양이가 기분 좋은 듯이 낮잠을 자는 모습이 보였다.

 고양이의 귀여움에 흐뭇한 웃음을 짓는 것도 잠시, 나는 이치마츠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랐다. 무심코 들고 있던 빨래를 떨어뜨린 나는 그것들을 그대로 바닥에 내버려둔 채 이치마츠에게 달려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언제나 생기 있고 부드러워 보여서 부러워하곤 했던 입술이 심하게 터져있었다. 피가 흘러나온 그대로 굳어 있는 것을 보아 제대로 약도 바르지 않은 것 같았다. 이치마츠는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모로 돌리고는 내 손을 쳐냈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기억 안 나."

 내 목소리가 컸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치마츠가 움직였기 때문인지, 그의 무릎에 누워 있던 고양이가 지붕 아래의 담벼락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그 사이 이치마츠에게 다시 손을 뻗어서 그의 뺨과 턱을 살며시 감쌌다. 그로인해 상처가 벌어져 그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어제 저녁 먹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처 없었잖아. 기억 안 난다는 게 말이 돼?"

 이치마츠의 상처는 아무리 봐도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귀찮은 짓은 절대로 사서 하지 않는 이치마츠가 어딘가에서 싸움 따위를 할 리도 없고, 그런 곳을 다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 되었다.

 "장남하고 조금 다퉜어."

 "뭐 때문에?"

 이치마츠는 그다지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 잠시 뜸을 들였다.

 "네 흉터때문에."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했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 자세히 말해봐."

 이치마츠는 여전히 싫은 듯했지만 끝내 말을 이었다.

 "어젯밤에 녀석이 날 빈방으로 불러서… 먼저 말을 꺼냈어."
"지금까지 나도 같은 짓을 해왔으니까 입 다물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네 변태 취향을 녀석에게 들이밀 필요는 없었잖아."

 "녀석도 꽤 마음에 들어 했어. 지금 여기서 화를 내고 있는 건 너 뿐이야.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냥 네가 열받은 것 뿐이라고."

 "이치마츠. 난 이래 봬도 네 형이니까 네가 욕을 해도 귀엽고, 주먹을 휘둘러도 귀엽고, 아무리 까불어도 좋아. 그런데 이번에는 아니야.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지껄이면 얼굴에 구멍을 내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내 얼굴에 구멍내서 너한테 좋을 게 뭔데? 아, 내가 널 불안하게 해? 같은 나이 주제에 갖잖은 형 노릇 그만하고 때리고 싶으면 때려. 그리고 진짜 짜증나는 게 어떤 건지 경험해 봐. 니가 뭔짓을 한들 난 앞으로도 내가 꼴리는대로 살 거니까."
"그리고 결국 이렇게 됐지." 그가 자신의 상처를 손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집게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었다. 그리고 잠시후 다시 고개를 들어서 이치마츠에게 버럭 화를 냈다.

 "왜 굳이 오소마츠의 신경을 건드려서 얻어맞고 난리야! 응?"

 이치마츠는 대수롭지 않은 듯 딴청을 피우며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렸다.

 "난 딱히 얻어맞아도 상관없고, 썩을 장남은 녀석대로 나중에 쿠소마츠에게 한소리 들었을 테니까 별로 분하지도 않아."

 "……."

 나로서는 도저히 이 남자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에도 그저 할 말을 잃을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이런 이치마츠도 골치아프지만 실은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장남과 4남의 다툼이 나아가서 장남과 차남의 다툼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난 동생의 버릇을 고쳐주려 했을 뿐이야."

 "그렇다고 해도 때릴 필요는 없었잖냐."
딱히 이치마츠의 경우가 아니여도 항상 그렇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형제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다치는 것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이때 만큼은 형인 오소마츠에게도 가차없이 화를 낸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에게 무조건 싸고돌지 말라며 반박한다. 이를테면 모두가 피곤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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