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점프. 옳지!"
"이치마츠." 사람의 물건을 멋대로 가져가서 고양이장난감으로 사용하는 것은 보통으로 생각하기에 심술궂은 짓거리지만, 이치마츠에게는 지극이 평범한 일이다. 언제나 세상만사에 관심이 없는 듯해도, 알고보면 그는 상당히 마이페이스적이다. 나는 그런 그에게 완전히 항복을 해버렸다. "너 말야…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너무 태평한 거 아니야?" "뭐가?" "뭐가, 라니! 그새 잊어버렸어? 네가 날 물었잖아." "그래. 각인 안 됐으니까 딱히 상관없지?" 확실히 나는 아직 각인 전의 사람이다. 이치마츠에게 목을 물렸을 때는 완전히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내 냄새에 반응하는 것을 보면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요지는 그것이 아니다. "사람을 찔러놓고 안 죽었으니까 상관없다고 하는 거랑 같은 거야, 그건." 이치마츠가 나를 물었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리고 '열받아서'. . . . 그 두 마디가 지금까지도 내 피를 거꾸로 솟게 한다. 그보다 더한 것은 당시에 이치마츠에게 나와 각인할 생각이 조금도,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조금 말할 필요가 있다. 너무 시덥잖은 이야기라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는 친구잖아! 널 믿었는데!" "그럼 내가 지금 책임질게라고 말해도 믿지 않겠네." 소파에 편히 기대어 앉아 창밖에서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평소와 같이 담배를 입에 물고, 하얀 연기속에서, 그는 그렇게 말했다. "믿든, 믿지 않든 말해! 말해야 하는 거야, 이 멍청아!" "알았어, 알았어. 그럼 나랑 사귈래? 결혼할래?" "싫어! 절대 싫어─!" "봐, 어차피 싫다고 할 거잖아." 아무리 비극적인 삶에 익숙해진 오메가라 해도 진실된 사랑이라던가, 행복한 가정이라던가, 그 정도의 꿈은 꾼다. 자신을 억지로 문 알파와 함께 산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다. 그것이 친구이든, 누구이든 간에. "정말 믿을 수 없어! 너 각인 따위 짐승 같은 짓이라고 말했었잖아! 혐오했었잖아! 그런데 어째서…" "상대방을 억지로 곁에 묶어두는 것에 혐오를 느꼈던 거지. 무는 행위 자체에는 딱히 문제 없다고 생각해."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자 이치마츠가 쯧, 하고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진정해." 그것은 이전과 같이 여유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실은 얼마 전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알파와 오메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 어떤 생물학자녀석이 쓴 논문을 발견했어." 그가 자신의 수납함에서 작은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 종이뭉치를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거기에 오메가의 목을 물면서 절묘하게 각인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어. 범죄예방을 위해 쓴 게 오히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된 모양이지만, 꽤 신빙성이 있더라고." "마침 물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으니까, 이대로 한 번 해볼까─ 하고…" "잠깐, 잠깐, 잠깐! 기다려! 이치마츠 넌 도대체 언제부터 내 목을 물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야!" "그야… 알파가 돼서 네 냄새에 반응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로 정해져 있잖아." "그렇게 오래 됐어?!" 친구라고 해도 이치마츠는 기본적으로 내게 그다지 흥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알파가 된 후로도, 나는 그를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이라니. . . . "설령 그렇다고 해도 넌 나쁜놈이야.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물어도 된다는 말 같은 거 한 마디도…" 내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이치마츠는 상당히 한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틈을 파고들었다. "네가 썩을 장남에게 가끔씩 팔이라던가, 어깨 같은 곳을 물게 해주는 거 알고 있어. 친구니까─ 하면서 말야. 그런데 나는 안 되는 거야? 난 네 친구 아냐? 응?" "……." 분명 화를 낼 사람은 나인데, 어째서 돌연 입장이 반대가 되어버린 걸까. 황당함에 실소가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무서운 얼굴을 보면 절로 입이 다물어지고, 식은땀이 났다. 마치 절대 들켜서는 안 될 비밀을 가장 최악의 상대에게 들켜버린 기분이었다. 물론, 그것은 실제로 비밀로 하고 있던 사실이기도 했다. ──'친구라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 오소마츠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카라마츠나 이치마츠에게 같은 일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 이유는…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것을 나와 오소마츠만이 알고 있는 나쁜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음부터는 나도 물게 해줘." "그런, 뻔뻔한…" "부탁이야─." 어느덧 담배를 끄고서 내게 가까이 다가온 이치마츠는 나를 보며 애원하듯 살며시 어깨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AV에나 나올법한 에로틱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었을까. 나는 불에 달군 쇠처럼 얼굴이 뜨거졌다. 원래는 거기서 더욱 화를 내는 것이 맞지만, 나는 남자의 애교에 아주 약하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린달까, 가시가 사라져버린달까,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다. 평소에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 예전의 이치마츠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 그는 알파가 되고나서 변했다. 확실히 변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오소마츠의 능글맞음이 70% 정도 머리에 주입된 것 같다. 이것은 좋지 않다. "아, 알았어. 하지만 목은 안 돼. 0.001%의 확률이라도 각인이 되면 큰일이니까." "오케이─." 이치마츠는 만족한 듯이 웃으며 새로운 담배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라이터를 꺼낼 생각은 하지 않고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대로, 나와 함께 바닥에 늘어졌다. "지금 한 번 더 물어도 돼?" "안 돼! 아직 목의 상처도 아물지 않았다고!" "그치만 참기 힘들단…" 덜컥─. 방의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찰나의 침묵은, 같은 공간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 문득 머리맡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뭐가 재밌는 건지, 이치마츠의 시선 끝에는 그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있다. "있잖아, 형들─. 재밌는 일 하나 해보지 않을래?" "재밌는 일이라니… 뭐야." 방으로 들어온 오소마츠는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탁상 위에 던져놓고는 외투를 벗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었다. 한편 카라마츠는 조용히 방 한편에 앉았다. "내일 전원 옷 바꿔 입고 이 녀석 앞에 서보자. 내가 장담하는데, 형들은 헷갈려도 나는 절대 헷갈리지 않을 거야." "왜 그렇게 확신해?" "내가 그렇게 만들었거든." … … …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쌍둥이라고 해서 못 알아볼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할만도 하다. 나도 자신에게 둔한 면이 없잖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실제로 이따금씩 형제들의 이름을 잘못 부르곤 한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내가 깨달은 것은, 자신의 문제가 그 정도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었다. 이치마츠의 말대로, 나는 각자 옷을 바꿔입고 서로의 스타일까지 베낀 형제들을 앞에 두고 얼이 빠져버렸다. 그중에서 내가 정확하게 알아본 유일한 사람은. . . . 이치마츠였다. 그의 얼굴, 미세한 표정변화, 작지만 선명하게 들려오는 숨소리, 사소한 습관들… 그에게 목을 물린 찰나의 순간, 나는 그 모든것들을 가장 예리한 감각으로 느꼈다. 그리고 기억했다. 머릿속에 너무나도 깊이 새겨져서,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는 정말 친구일 뿐인데. . . . 친구일 뿐인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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