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는 말없이 그냥 내쪽을 쳐다보기만 했다. 혹시 눈치채지 못한 건가? 어쩌면 눈에 뭔가 들어갔다던가, 그냥 뻐근해서 감았다 뜬 것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이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떠보세요. 만약 고양이도 같은 행동을 보인다면 교감에 성공한 것입니다. 이것을 고양이 인사, 혹은 눈키스라고 합니다.」 …라는 내용을 애묘인 이치마츠가 모를 리 없을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한 번 해본 것이었는데, 깨끗하게 무시를 당하고나서 밀려드는 뻘쭘함을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애당초 어째서 나는 고양이인사를 이치마츠에게 했던 걸까. 이치마츠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 고양이가 아니다. 나는 이따금씩 그 당연한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 성인남자를 대상으로 조금 묘한 발상이지만, 나는 이치마츠가 내 무릎을 베고 누워서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부비적거리는 모습을 볼 때 이따금씩 고양이를 볼 때와 같은 기분을 느낀다.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기 때문에 이따금씩 친근하게 다가올 때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서 전날 할퀴었던 일 따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내가 매번 이치마츠에게 휘둘리면서 그를 미워하지 못하는 것도, 오소마츠의 애교에는 콧방귀를 뀌면서 이치마츠의 애교에만 유독 약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에게는 조금 씁쓸한 이야기지만.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줄곧 코타츠 안에 몸을 넣고 누워 있던 이치마츠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가 발을 뻗은 곳이 내 허리와 팔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나머지 발도 반대쪽으로 뻗고서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내 몸은 자연스레 뒤로 젖혀졌고, 머지않아 나는 그에게 깔린 모양새가 되었다. 그는 그런 나를 감싸안고, 고개를 숙여 내게 키스를 하려고 했다. "잠깐, 잠깐, 잠깐! 뭐야, 갑자기!" 그냥 인사했을 뿐이잖아! 어째서 키스를 하는 거야?! 그런 외침은 내 입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미 이치마츠가 내 입술을 덮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커다란 손으로 내 뒤통수를 감싸고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의 입술이 조금 거칠게 나의 입술을 짓눌러오는가 하면, 뜨거운 혀가 들어와 나를 엉망진창으로 흩트려놓았다. 몸이 뜨거워지고,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치마츠는 시작할 때와 반대로 천천히 입술을 떼고, 아직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에서 내 눈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 다음… 할까." 나는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이치마츠의 말을 곧바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눈빛과 목소리가 나를 긴장케 했다. 이치마츠는 내 두 팔을 붙잡고 나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내 시선이 위를 향하고 이치마츠의 시선이 아래를 향하는 순간 그의 얼굴과 몸에 어두운 그림자가 졌다.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왠지 모르게 초조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 나는 바닥에 팔꿈치를 딛고서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그때 이치마츠가 다시 키스를 하려는 듯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H하고 싶어." 분명 머릿속이 새카맣게 물들어 있었을 터인데, 그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고, 충격을 받지도 않았다. 의식하고 있지 않았을 뿐, 사실 나는 진작에 생각했었다. 이치마츠가 슬슬 키스이상의 것을 바랄 것이라고. 내 가슴이 그토록 격렬하게 뛰어댔던 이유는, 초조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는, 그 무의식중의 생각 때문이었다. "나쁜 농담은 그만 둬… 저리가." 나는 이치마츠의 어깨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어쩌면 그가 나를 붙잡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멀어져가는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다만 그의 표정이 조금 어둡고, 그의 눈동자가 차가웠다. "먼저 유혹해놓고 아주 스무스하게 빠져나가는구만." "내가 언제 유혹했다고 그래?" "내 앞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흉내를 냈잖아. 그게 유혹이 아니면 뭐야?" "그냥 인사한 것 뿐이야, 인사! 갑자기 네가 키스해서 깜짝 놀랐다고!" "키스정도로 놀랄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이 몇 번째라고 생각해?" "그런 거… 이제 기억나지 않아." "흐응─." 전부 너 때문이야……. 나쁜 자식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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