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마츠와 얘기를 하다가 알게 됐어. 이치마츠, 중학생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아기의 솜털 같은 작은 강아지풀의 목이 흔들거린다. 그 광경을 지그시 바라보며, 이치마츠는 말을 아꼈다. 어떻게 사건을 요점만으로, 불필요한 정보를 제외하고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는지, 정리한 것들을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그런 것들을 짧은 시간동안 속으로 깊이 고민하고 있는 듯했다. 행여 불편한 주제를 꺼낸 것은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애써 무덤덤한 척을 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어떤… 여자애가 있었어." "정말이지 평범한… 평범하게 예쁘고, 평범하게 착하고, 평범하게 인기 있는… 그런 녀석."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세 가지를 모두 겸비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치마츠의 표정이나 말투 등이 그녀가 어떤 느낌의 소녀였는지를 나로하여금 어느정도, 느낌상으로 짐작케 해주었다. "같이 하교하거나, 점심을 먹거나 하다가… 좋아하게 됐어." "헤에─…" 얼음인간도 사랑을 하는구나. '인간'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상 당연한 것이라 해도, 나는 놀라움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런데 그게 카라마츠와 관련이 있는 거야?" "있어, 불행하게도." 불행─. . . . 자신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등, 자기학대의 힘에 의지해 살아가는 이치마츠가 불행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듯해도 사실 꽤 소름끼치는 일이다. "어느순간부터인가… 붙어다니더라고. 그 두 사람이." "말도 안 돼!" 나는 단호한 목소리로 외치며 이치마츠의 이야기에 스스로도 놀랄 만큼의 반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라마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처의 환생이라 해도 믿을 만큼 상냥하고 정직한 카라마츠다. 그런 그가 다른 사람의… 동생의 첫사랑 같은 것을 망가뜨릴 리 없다. 이것은 그에 대한 내 믿음을 떠나서 이치마츠도 분명 인정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내 불안함이 만든… 착각이라고 생각했어." "축제 때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찾고 있었는데… 어떤 녀석이 말하길, '너랑 똑같은 얼굴 하고 있는 녀석과 아까 옥상에 올라갔어'래." "설마, 설마,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지더라. 형제라고 해도 사람의 믿음은 그렇게 간단히 깨지는 거야." "………" "옥상의 입구에 다다랐을 때, 내가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알아?" 그가 문득 웃음을 터뜨린다. 마치 시덥잖은 농담을 하듯이. 어리숙한 추억을 들려주듯이. 그 이상하리만큼 유쾌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말을 듣기도 전에 가슴이 욱씬거린다. "좋아합니다. 사귀어주세요." 아니길, 정말 아니길 바랐는데. 어째 불길한 예상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더라. 그대로 문에 기대어서 주저앉아버렸어." "이치마츠…"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동정 따위 필요없어." 하지만 먼저 엉뚱한 해석을 하고는 내 말을 가로막는 이치마츠다. "이제 그때 일은 아무래도 좋아. 확실히 그게 나와 쿠소마츠가 멀어진 계기였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가 같은 시기에 변화하기 시작한 것에 있어." "멀리하려 하면 정말 멀어지고 싫다고 생각하면 정말 싫어지는 거야. 네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알아. 그러니까 안심해… 조금씩 고쳐나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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