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 위에서 홀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뒤척이고 있었다. 아무리 베개를 접어 귀를 막아보아도 바람처럼 빠르게 내게 다가와서 귓속을 파고드는 그 소리가, 그 파동이, 나의 심장까지 뿌리를 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비명은 누군가 고문을 받고 있는 듯이 때로는 고통스럽게, 때로는 구슬프게 들렸고, 내가 혼자 있을 때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고요한 정적속에서는 비명과도 같은 바람 소리 뿐만 아니라 무언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 부딪히는 소리, 찢기는 소리까지 나를 괴롭혔다. 하나 같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살벌한 소음이었다. 제이슨이 내게 어떤 짓을 하고 있던 간에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그가 방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는 귀를 막고 있지 않아도 참을만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머리가 이상해져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 계속 있다간, 머지않아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오늘도 어지러움을 느끼며 괴로움을 호소하던 나는 갑자기 밖에서부터 쿵! 하고 울려 퍼지는 둔탁한 소리에 질끈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이윽고 무언가 잘리는 소리, 쓰러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혹시 내가 들었던 바람 소리나 그 밖의 모든 소리들의 정체가 이것이었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귀를 막고 있던 베개를 치우고 문쪽을 돌아보았다. 어느덧 소리는 잦아들었지만 그 대신 내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댔다. 그때, 덜컥- 하고 문이 열리며 제이슨이 나타났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방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언제나 그렇긴 했지만 그의 몸을 적시고 있는 피가 평소보다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대체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순간 온갖 끔찍한 형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의 상상력을 저주하고 싶을 정도로, 그것이 나를 두려움과 불안함에 떨게 만들었다. 제이슨이 손에 쥐고 있는 칼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볼 때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제이슨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내 쪽을 돌아보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굶주린 짐승이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의 영역에 발을 들이잖아. 그것과 같은 거야.” 그는 내 무릎에 음식이 든 자루를 던지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혼자 있는 것보다는 그와 함께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조금 전 그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인지 막상 그가 곁에 있으니 온몸이 긴장감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문득 내 뺨을 감싸오는 그의 손에서는 얼음과 같은 차가움이 느껴졌고, 그 어느 때보다 짙은 피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그리고 그는 내가 굳어 있는 동안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무서워할 것 없어.” 마스크 너머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제이슨이 엄지를 움직여 내 뺨을 살살 어루만졌다. 평소와 사뭇 다른 상냥한 손길이었다. 하지만 이 손길을 피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저항이 되는 걸까. 어느덧 내 머릿속에 두 가지의 선택지가 떠올랐지만, 나는 그것을 두고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한다, 하지 않는다 중에서 전자를 택하는 것은 너무 위험했고, 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여기 가만히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면 넌 괜찮을 거야.” 나는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방을 나가면 그때는 돌이킬 수 없어.” 그의 손은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려 목에 이르렀다.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길 바라.” 그는 내게서 손을 거두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언제나와 같이 불을 쬐기 위해 난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멀어진 뒤 나는 자신의 뺨에 손을 얹고서 목이 닿을 때까지 천천히 훑어보았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자, 새빨간 피가 시야에 들어 왔다. 제이슨이 나를 만졌을 때 묻은 것이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어쩐지 의식이 점차 흐릿해져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이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난로 앞에 서 있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그가 칼을 난로 앞에 세워두지 않고 계속 손에 쥐고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것이 아까와는 다른 무언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해졌다. 쿵! 그때 무언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끼이이이익──. 이어서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문을 긁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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