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이슨이 난로 앞에 앉아 무릎 위의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양이 좋아하나 봐?” 고양이는 검은털에 에메랄드색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꿈속에서 제이슨 외에 처음으로 보게 된 작은 생명체였다. “좋아해. 이곳에서 유일하게 흉측하지 않은 짐승이니까.” 유일하게 흉측하지 않은 짐승이라는 말은 제이슨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의 의미일까. 나는 손에 턱을 괸 채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제이슨과의 대화는 늘 싱겁긴 하지만 고양이 탓에 그것 조차 하지 않게 되니 뜻밖의 공허함이 밀려왔다. 문득 제이슨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귀를 간질이자, 고양이가 그를 올려다 보며 야옹- 하고 울었다. “…….” 이쯤 되면 다시 시작하게 되는 고민. 나는 대체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처음에는 그 이유가 분명 제이슨에게 있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그것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정신을 잃을 때면 언제나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 만큼이나 나를 미치게 하는 속삭임이 들려오는데, 그 목소리는 제이슨의 것이 아니었다. 뭐, 그래도 가장 큰 의문이라고 하면 역시 제이슨이 어째서 나를 필요로 하는 것인가, 그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는 내게 무엇도 요구하지 않았고, 단지 내가 얌전히 속박되어 있기만을 바랐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원하는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듣자하니 고양이는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수 있다던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저승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짐승이 된다. 언젠가 읽었던 적이 있는 책에는 인간의 영혼을 거두는 것이 저승사자의 일이고, 짐승들의 영혼을 거두는 것이 고양이의 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 이유로 옛날에는 고양이를 영물로 취급하며 절대 함부러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민간신앙은 믿지 않지만, ‘유일하게 흉측하지 않은 짐승’이라는 제이슨의 말은 어쩌면 ‘유일하게 살아 있는 짐승’이라는 뜻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소름이 끼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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