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하고 나오면 더 이상 바깥에 나갈 일이 없기에, 아직 잠을 자기 전까지 시간이 남았다고 해도 나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어두운 방에 살짝 열어 둔 창문 틈으로 풀벌레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흔들리는 촛불이 천장을 은은한 주홍빛으로 물들여 물결처럼 움직였다.
“있잖아─, 내가 안마 해줄게──.” 오소마츠가 능청스레 다가와 딱딱하게 뭉친 어깨의 근육을 살살 풀어주니 두 눈이 절로 감기며 입 밖으로 감탄사가 새어나갔다. 처음에는 괜찮다고 말했던 나였지만, 그것은 온종일 가사일에 혹독하게 시달렸던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어때─? 시원해──?” “응…….” 완전히 긴장이 풀린 나는 오소마츠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반쯤 넋을 놓고 있었다.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떨어뜨리며 그가 내 귀를 핥고, 깨물기 전까지는. “그, 그만둬!” “뭐 어때─. 안마의 덤이라고 생각해──.” 오소마츠는 어깨에 이어 팔을 주무르면서 아직 조금 전의 감각이 남아 있는 내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평범한 애정표현 같으면서도 묘한 야릇함이 느껴지는 그 입맞춤에 더 이상 그대로 넋을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몸이 이완되기는커녕 바짝 긴장이 들어가서, 피부와 옷깃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크게 뛰었다. “어라─? 혹시 방금 했던 것 때문에 하고 싶어졌어──?” 그의 따뜻한 체온이 몸을 감싸오고, 그의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서 들려왔다. 그런 상황에서는 차마 동요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나는 속으로 자신을 꾸짖으며 애써 그러한 기색을 숨겼다. “그럴 리가 없잖아! 하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오소마츠겠지!” “아니─, 너를 안는 게 좋다고 말하긴 했었지만 성욕이 없으면 과연 나라도 매일은 무리야──.” “무리라면 그만둬! 굳이 그렇게 노력해주지 않아도 나는 딱히…….” “사양할 것 없어─. 아직 혼인 전이지만 일단은 나, 너의 남편을 하고 있잖아─? 남편에게는 아내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그는 나를 품에 안은 채 이불 위로 쓰러졌다. 아무리 예민해진 감각을 진정시켜보아도, 단지 두 눈을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직 물기가 조금 남아 있는 까만 머리카락, 그와 대비되는 하얀 피부, 얇은 목을 감싸고 있는 유카타의 빨간 깃, 가느다란 손가락 등이 나의 시선을 빼앗고, 계속 해서 나를 자극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오소마츠의 말에 자존심이 상해서, 기분이 울컥- 했다. “인간이라고 해서 언제나 그런 욕구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니야!” “어째서─? 언제나 나를 갈망해줘─. 그래야 조금은 공평해지잖아──.” 그 말에 의아함을 느낄 틈도 없이, 오소마츠는 내 앞섬을 확 벌렸다. 의지할 빛이라고는 밤하늘의 달과 촛불 하나 뿐이었고, 이미 몇 번이나 몸을 섞었으니 새삼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마를 명목으로 한 오소마츠의 손길은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평소보다 거칠게 느껴졌고, 그 고요한 난폭함에는 별 수 없이 몸이 반응했다. “그리고 말이야─, 나는 너와 내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네가 너무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르다고 하면 왠지 가까이 있어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 주무르고 있던 내 양쪽 팔을 꽉 붙잡은 채, 오소마츠가 상체를 숙여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부드러운 입술과 뜨거운 혀로 내 목에 붉은 흔적을 남겼고, 그대로 고개를 살며시 들어 내 귓가에 속삭였다. “불필요한 고민은 그만두고, 기분 좋은 것만 생각해. 응?” 줄곧 농담을 하듯이 능청스레 말했었는데, 어째서인가 그 말 만큼은 조금 씁쓸하게 들려왔다. “모든 걸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되질 않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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