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름없이 막 동이 틀 무렵에 일어나 부엌에서 밥을 짓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바깥으로 나갔더니 나와 같이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던 새들의 지저귐은 어느덧 잦아들고, 눈부신 아침 햇살과 따스한 기운이 나를 감싸왔다. 시야를 멀리 잡아 자연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늘 그렇듯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 살 때의 여유를 그대로 누리려 하지 않고 서둘러 상을 차려서 방으로 들어갔다. 오소마츠는 이불을 거칠게 헤집어놓은 채 아직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오소마츠, 그만 일어나. 아침이야.” 그는 잠버릇이 심해서 아침에 일어날 때 즈음이 되면 뒤통수가 까치집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잠옷으로 입는 유카타가 흐트러져서 여인보다 하얗고 고운 피부의 널찍한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다. 그것이 매번 나를 곤란하게 만든달까,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고, 그렇게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왜, 내 관능적인 모습을 보고 또 이상한 상상 해 버렸어?” 내가 잠시 시선을 모로 향한 사이 잠에서 깨어난 오소마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아직 졸린 듯한 눈으로 나를 지그시 올려다 보았다. 한쪽 팔로는 베개를 끌어안고, 나른한 듯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그가 내 유카타 속으로 능청스레 손을 집어넣었다. 흠칫 놀라 그 손을 저지하자, 그는 손끝을 살짝 세워서 보다 야릇한 느낌으로 내 다리를 쓰다듬었다. 그 움직임에 무심코 방심을 했다 하더라도 아주 잠깐이었을 뿐이었건만, 어느 순간 깨닫고 보면 그의 손은 내 허벅지 안쪽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 “난 아침이라도 딱히 상관없는데.” 나는 그의 의미심장한 말 한 마디에 얼굴이 타오를 듯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오소마츠의 손은 좀처럼 내게서 멀어질 줄 몰랐고, 오히려 바짝 오므린 내 다리 사이에서 길을 터 달라며 나를 졸라댔다. 방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던 나였지만, 그는 나를 유혹하는 데 상당히 능숙했다. 거기서 그가 원하는대로 해주었다간 분명 참을 수 없게 될 것이었다. 머릿속에 구름처럼 떠오르기 시작하는 야릇한 생각들을 서둘러 지우며, 나는 자신의 옷자락, 아니 이성을 붙잡은 손에 김장감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면 정작 그는 너무나도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오소마츠가 내 팔을 덥썩 붙잡았다. 그로 인해 나는 다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고, 아차 하며 당황했다. 그 사이 오소마츠의 손이 미끄러지듯이 내 다리를 타고 올라와 줄곧 감추려 하고 있던 곳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벗어나려 해도 그가 나를 꽉 붙잡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어느덧 나른함이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그는 달콤한 것을 먹은 사람처럼 빨간 혓바닥을 슬쩍 내밀어 입술을 슥 핥더니 그만두라는 내 무언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손을 움직였다. 나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내렸고, 한 번 땅에 무릎을 꿇은 이성은 자신을 속박하고 있는 욕망이라는 사슬이 풀어질 때까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 … … “으으으응──.” 오소마츠는 비로소 이불을 제치고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마치 평범하게 방금 일어난 사람처럼.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아직 조금 떨리고 있는 내 몸을 끌어안고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었다. “미안─. 그냥 장난 좀 치려던 것 뿐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해 버렸네──.” 나는 쾌감에 일그러진 얼굴을 차마 보이지 못하고 입술만 잘근거리다 오소마츠의 가슴팍을 짝! 때렸다. 이윽고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목소리에서 마저 짓궂은 장난기가 느껴졌다. “네가 나쁜 거야─. 그도 그럴 것이 눈을 떴을 때 가장 처음 보였던 게 너의 부끄러워하는 얼굴이었는 걸──.” 문득 그의 손이 한쪽 뺨을 감싸오는가 하면, 그가 내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분명 얄밉다고 생각했을 터인데, 거기서 나는 한 번 더 무너져내렸다. 그는 나를 유혹하는 것에 능숙했고, 내 기분을 풀어주는 것에는 더 능숙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조용히 옷을 추스른 뒤 몸을 일으켰다. “내일은 내가 먼저 일어나볼까─.” 오소마츠가 나를 따라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그에게 꾸짖음의 눈빛을 보냈다. “또 이상한 짓 하려고?” “응? 아니, 너 대신 밥을…….” 그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다가 눈썹을 찌푸리며 씩 웃더니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말─. 변태──.” 아니었던 건가! 나는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것은 오소마츠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부끄러운 상황이었다. 어째서 항상 짓궂다가도 상냥해지는 거야, 이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노라면, 오소마츠가 내 어깨에 능청스레 팔을 두르며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는 상으로 나를 이끌었다. “자, 이제 야한 생각 그만하고 밥 먹자─.” “그런 생각 안 했어!” “했잖아──.” “안 했어!” 나는 오소마츠와 달리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달콤한 것을 먹을 수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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