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돌아오지 않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낮에 집을 나섰던 오소마츠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오늘 밤은 달이 둥그러니 밝을 뿐만 아니라, 검푸른색 하늘에 작은 별들이 보석처럼 촘촘이 박혀 있었다.

 집앞에 만들어 놓은 기다란 의자에 걸터앉아 하늘을 향해 한숨을 짓다보면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마침내 익숙한 발소리가 나를 향해 점점 가까워지는가 하면,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추운데 왜 밖에 나와 있어? 얼른 들어가자.”

 “응, 그런데 손에 든 그건 뭐야?”

 “이거? 옆집 아저씨께서 주신 술이야.”

 “술?”

 …

 …

 …

 부엌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그릇에 담아 작은 상을 차린 나는 그것을 들고 방으로 돌아가 오소마츠와 마주앉았다. 이미 옆집에서 한 잔 하고 온 듯, 오소마츠는 얼굴이 약간 붉게 상기되어 나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

 오소마츠가 술병의 마개를 열고 자신의 잔과 내 잔에 각각 술을 채운 뒤 그것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며 내게 건배를 청했다. 이에 나는 그와 가볍게 잔을 부딪힌 뒤 술을 마셨다. 약간 씁쓸하면서도 깊은 단 맛이 입안에 감돌고, 머지않아 그것이 지나간 자리가 불을 붙인 듯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술을 나눠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분명 같은 속도로 같은 양을 마셨을 터인데, 아니 오히려 그랬기 때문인가, 나는 이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모습의 오소마츠에 비해 상당히 술에 취하고 말았다. 얼굴이 뜨겁고, 약간 어지럽고, 몽롱-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달뜨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오소마츠 차례네.”

 “나?”

 “너의 가족 얘기를 들려줘. 형제가 5명이나 된다면서? 재밌는 일화가 엄청 많을 것 같은데.”

 “확실히 그걸 입 밖에 꺼내기 시작하면 밤을 다 새워도 모자르지. 뭐, 그럼 아주 살짝만 얘기해줄까나.”

 …

 …

 …

 형제들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오소마츠는 굉장히 즐거워보였다. 어째서인가 어린 시절에 대한 것 뿐이었지만, 실제로 정말 재밌는 일화들이었기에, 나 또한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즐겁게 웃을 수 있었다.

 “왜 그래? 벌써 졸려?”

 잠깐 멍- 해져 있었더니, 오소마츠가 내게 물었다.

 “아니, 그냥 조금 추워.”

 내가 대답하자, 그는 걸치고 있던 하오리의 품을 벌렸다.

 “이 안으로 들어와.”

 “…….”

 평소의 나였다면 부끄러우니 됐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닥불 앞에서도 몸이 으실으실 떨리는 것은 사실이었고, 나로서는 오소마츠의 넓은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을 차마 억누를 수가 없었다. 내가 주섬주섬 기어가 몸을 웅크리고 앉자, 그는 내 몸에 하오리를 덮어주고는 두 팔로 나를 감싸안았다.

 “있잖아, 지금 행복해?”

 “응…….”

 “그럼 내 얘기 들어주지 않을래? 지금까지 했던 것과는 다른 중요한 얘기인데.”

 오소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내 귀 언저리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난 말야, 솔직히 말해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살아왔으니까, 자기 외의 다른 사람을 전혀 생각할 줄 몰랐어.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서, 그것이 없어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없어. 나를 떠나가는 것들은 단지 하늘의 구름처럼 보였고, 나에 의해서 부서지는 것들은 단지 먼지처럼 보였고, 내 앞에서 죽어가는 것들은 단지 그럴 때가 되었기 때문에 죽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나를 안은 두 팔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이제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치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처럼,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말끝을 흐리며 잠시 뜸을 들였다.

 “나,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서 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어. 끝까지 책임을 지고, 지켜내고 싶어.”

 그의 말에 내 가슴은 점점 긴장감을 더해갔다. 그 안 어딘가에서는 이미 한 마디 앞을 내다보고 있는 듯 무언가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지금 당장이 아니여도 괜찮으니까……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의 고동이 절정에 이르는가 하면, 마침내 그가 내게 말했다.

 “나랑…… 결혼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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