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된 이래 줄곧 열심히 일했으니 하루 쯤은 집에서 푹 쉬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오소마츠와 나는 밭에 나가지도, 가사일을 하지도 않고, 그저 점심을 먹은 뒤 방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이렇다 할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은 말 그대로 자유로운 ‘수다’였다.

 머릿속으로 이야깃거리를 찾다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옛 일들. 나는 오소마츠와 처음 만났던 날을 잠시 회상했다가 그에게 말했다.

 “학의 모습으로 변해줘.”

 “하?”

 오소마츠는 눈썹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확실히 그것은 조금 뜬금없는 부탁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게도 딱히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단지 그때 내가 치료해주었던 학이 꽤 귀여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싫어─. 학으로 변하면 너와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잖아.”

 “에, 못하는 거야?”

 “당연하지.”

 나는 조금 벙찐 얼굴이 되었다.

 “그치만 전래 동화 같은 데서는 동물도 말할 수…….”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학은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발음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그것은 확실히. 하지만 신선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애당초 어째서 동물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거야?”

 “어째서냐니, 그야 귀여우니까.”

 “과연.”

 오소마츠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뒤통수를 헤집다가도 곧 집게손가락을 턱으로 가져가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변신한다고 해도 집안에서 대형 조류인 학은 좀 그렇지……. 다른 동물로 하자.”

 “다른 동물?”

 “그래. 기왕 하는 거, 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기한 녀석으로 해줄게.”

 “와, 오소마츠 최고!”

 오소마츠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그대로 나를 살며시 감싸안았다. 그가 내 어깨에 이마를 기대자, 잠시 후 품속에서 빛이 일어나더니 그의 몸이 점점 작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깨달았을 때는 약간 묵직한 무게감과 복슬복슬한 털의 감촉이 느껴졌다.

 “어때? 나 귀여워?”

 뾰족한 귀와 두터운 꼬리. 그러나 그것은 동물이 아니라 엄연히 사람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아기처럼 몸집이 작아진 오소마츠가 동물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귀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떠한 말보다도 먼저 그를 꼬옥 끌어안았다.

 “우우우웁! 수…… 숨막혀!”

 아차, 무심코 두 팔에 힘을 꽉 주고 있었던 나는 황급히 오소마츠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그가 내 무릎에 널브러져서는 참았던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귀여워서, 사랑스러워서,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솔직히 네 가슴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무조건 크다고 좋은 건 아니네…….”

 “오소마츠도 참! 그런 모습이 되어서 아저씨 같은 말은 하지 마! 그보다 한 번 더 안게 해줘!”

 “네, 네.”

 그는 내 무릎 위에서 가슴으로 천천히 기어올라 두 손…… 아니, 두 개의 앞발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문득 그의 꼬리가 슥 하고 시야에 나타나는가 하면, 바람 부는 날의 민들레 씨처럼 좌우로 살랑사랑 움직였다. 내가 무심코 손으로 그것을 움켜쥐자, 그의 작은 몸이 움찔- 하고 작게 경련을 일으켰다.

 “거긴 만지지 마.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미, 미안. 그런데 이건 무슨 동물이야? 너구리?”

 “비슷하지만 아니야. 이건 레서판다라고 해.”

 “판다와는 전혀 안 닮았는데.”

 “주 먹이가 대나무라나 봐.”

 “헤에…….”

 나는 한 쪽 팔로 오소마츠의 몸을 받치고, 반대쪽 속으로는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그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것인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듯하던 그도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내 가슴에 뺨을 부비적거렸다. 사람의 얼굴에 사람의 말을 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나에게 오소마츠를 똑 닮은 아이가 생긴 것 같고, 복슬복슬한 털을 만지고 있으면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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