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거리를 가지러 밭에 나갔다가 몸상태가 영 심상치 않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언제 돌아온 것인지 시내에 나갔던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와서 내 옆에 누워 있다. 그가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기에 나와 그는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내 뺨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부비적거렸다. 그의 손이 심하도록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몸에서 열이 나고 있는 듯했다. 깨닫고 보면 머리도 조금 아팠다.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 보이더라니, 얼굴이 이게 뭐야? 오늘은 그냥 집에 있지 그랬어?”

 오소마츠가 말했다.

 “밥을 짓지 않으면 안 되니까…….”

 “바보 아냐─?”

 그는 밉살스러운 말투에 반해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서 내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져주었다. 이번에는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몸살이 나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그는 몸을 일으켜 앉고서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수건을 차가운 물에 적셨다. 그 수건이 뜨겁게 달아오른 목에 닿는 순간 내가 느꼈던 것은 묘한 안도감과 쾌감이었으나, 나는 무엇보다도 그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다면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열 때문에 오소마츠의 중얼거림을 제대로 듣지 못한 나는 반쯤 감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차가운 수건으로 계속 내 몸을 식혀주었다. 비록 동정이 담겨 있었지만 그의 웃음은 여지없이 아름다웠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오소마츠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가슴이 조금씩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괴로운 듯하면서도 결코 나쁘지 않은 압박감이었다. 분명 그 안에서 오소마츠를 향해 좀 더-, 좀 더- 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그러한 욕심이 점점 커져갈 뿐만 아니라 자주 고개를 내밀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오소마츠, 나…….”

 그래서 무심결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 하고 싶어…….”

 오소마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고 싶다니…… 그, 그거 말이야? 지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곤란한 듯 눈썹을 찌푸리며 입술을 잘근거리더니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그보다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그건 뭐, 때를 가리지 않을 때도 있지. 응, 이해해. 나도 종종 갑자기 확- 하고 오곤 하거든. 하지만 지금은 무리하면…….”

 그는 수건을 쥐고 있지 않은 쪽의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나는 그의 손이 귓불에 닿는 순간 몸에 찌릿- 하고 무언가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쾌락을 향한 욕망이었다. 그러나 오소마츠는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던 것에 비해 상당히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신선(神仙)이니까.

 “거짓말…….”

 신선에게는 애당초 ‘성욕’이란 것이 없다.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조금 당황했었다. 그때 이미 나는 오소마츠에게 순결을 내어준 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욕구가 없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나와 했던 걸까. 그러한 의문이 줄곧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부끄러워서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은 없었다.

 “내가 느끼는 기분은 인간의 것과 조금 다르지만, 거짓말이 아니야.”

 오소마츠는 수건을 내려놓고 그 손으로 내 뺨을 감쌌다. 그리고 상체를 숙여 내게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한동안 몽롱한 기분을 느끼고 있노라면 머지않아 그가 입술을 떼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를 품에 안고, 그 무게감과 체온을 느끼면서, 나로 인해 흐트러진 네 모습이 보고 싶어.”

 나는 오소마츠의 팔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그와 숨결을 섞었다.

 “정말……?”

 “정말이야. 자랑은 아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야한 생각하다가 벼락을 맞았잖아.”

 “응…… 그랬었지…… 푸훗…….”

 오소마츠는 나를 따라 피식- 웃더니 내게 다시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 입맞춤은 앙증맞은 쪽- 소리와 함께 너무나도 허무하게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 허무함과 아쉬움으로, 나는 저도 모르게 오소마츠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몸을 일으키려다가 멈칫한 그는 아까보다 더 곤란한 듯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대로 침묵이 찾아오니 점점 부끄러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손을 놓으려는데, 그 순간에 오소마츠의 입술이 다시 나의 입술을 덮쳐왔다. 부드럽고 따뜻했던 이전과 달리, 그러한 여유를 느낄 수 없는 거칠고도 짙은 입맞춤이었다.

 “나, 일단 하기 시작하면 도중에 멈추지 않아. 알고 있지?”

 그가 입술을 떼고서 내게 말했다. 어느덧 그의 숨결도 나 만큼이나 뜨거워져 있었다.

 “정말 괜찮겠어?”

 그 물음은 굉장히 다정하게 들려왔으나, 오소마츠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고개를 끄덕일 새도 없이 내 옷의 여밈을 확 벌리고서 드러난 목과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 옷을 완전히 벗길 생각이 없는 건지, 그의 손이 조금 성급하게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왔다. 그 손길에 아찔한 쾌감을 느끼는 찰나, 그 위에 새로운 감각이 다시 한 번 내게 휘몰아쳤다. 조용한 방안에 야릇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면 늘 그렇듯이 내 몸은 두려움을 잊었다. 나는 내게 올라탄 남자를 빠르게 받아들였고, 다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부끄러움에 자신의 손을 입술로 가져가거나 깨물거나 했다.

 “목소리…… 듣고 싶으니까…….”

 오소마츠가 나를 끌어안고 있었기에 그의 목소리는 내 귓가에서 바로 들려왔다.

 “손…… 치워…….”

 그러나 쾌감에 젖은 나는 그 말에 곧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치우라고…….”

 오소마츠는 관계를 가질 때 무의식 중에 말투가 조금 거칠게 변한다. 목소리도 평소와 달리 상당한 중저음으로 들려온다. 그것이 새삼 무섭게 느껴져서,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너무 늦었는지, 그가 내 팔을 이불 위로 잡아끌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도록 강하게 짓눌렀다. 먼저 유혹했던 주제, 몸살이 난 내 몸에는 금방 한계가 찾아왔다. 오소마츠가 평소 자신의 성격처럼 다정하고 여유로웠다면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부서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도 아픔을 꾹 눌러참았다. 그 와중에도 쾌감은 점점 커져가서, 겨우 버티고 있는 나의 이성을 마구 뒤흔들고 있었다.

 …

 …

 …

 “아…… 굉장해…… 지금이라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오소마츠는 원래 날 수 있잖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젊음의 혈기, 가슴의 소란, 그것은 한차례 폭풍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듯이 곧 우리에게서 떠나갔지만 내 몸에는 강한 바람에 부서진 잔해와도 같이 쾌감의 여운이 조금 남아 있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옆에 엎드려 누워 있는 오소마츠를 돌아보았다. 그는 두 팔을 위로 뻗은 채 나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 얄미우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두 눈을 감고 있던 그가 나를 보더니 그 얼굴에 더할 나위 없이 환하고 아름다운 웃음꽃을 피웠다. 나른한 웃음이 웃음꽃으로, 웃음꽃은 곧 쓴웃음으로, 그렇게 그는 내게 다양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미안…… 나 어느새부턴가 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하고 있었어…….”

 아까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면서. 나는 심술이 돋아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정말 내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는 듯이 들렸고, 살짝 비뚤어진 마음은 곧 사라졌다.

 “몸살이 났으니까 될 수 있는 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째서 전력으로 해 버린 거지……”

 이불에 축 늘어진 채 얼굴에 만족감을 띠고 있으면서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오소마츠가 귀여웠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농담을 하듯이 능청스레 말했다.

 “내가 오소마츠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안기고 싶다고 생각했듯이 오소마츠도 갑자기 확- 하고 왔던 거 아냐?”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가…… 뭐, 그것도 맞는 것 같지만, 그보다는 너에게 알게 해주고 싶었어.”

 무엇을?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노라면, 그가 내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너 못지 않게 원하고 있다는 것 말이야…… 내가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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