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소마츠가 근처의 샘으로 낚시를 하러 간다기에 그를 따라나섰다. 한 손에는 낚시대를, 반대 쪽 손에는 작은 통발을, 그렇게 우리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샘에 이르렀다. 주변으로는 푸른 나무들이 둘러쌓여 있고, 위로는 맑은 하늘이 올려다 보이고, 그 하늘이 맑은 샘물에 비추어 반짝이는 경치가 매우 좋은 곳이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나는 낚시를 처음 해보는 사람으로서 그것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낚시바늘에 미끼를 끼우는 법, 던지는 법, 거두는 법 등을 오소마츠로부터 배워야만 했다. 매일 아침 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지렁이 등을 만지는 것에는 딱히 거부감이 없었지만, 낚시대를 알맞은 위치에 던지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고기가 먹이를 물었을 때 재빠르게 낚시대를 거두는 일은 그보다 더욱 어려웠다.

 “아, 또 놓쳤네…….”

 내가 안타까움에 고개를 떨어뜨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자, 근처의 바위 언저리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던 오소마츠가 가까이 다가와 내 옆에 앉았다. 문득 머리맡에서 피식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그가 한 쪽 팔로 나를 살며시 감싸안았다.

 “낚시는 인내야. 초조해하지 말고 차분한 마음으로 다음을 기다려.”

 “응…….”

 그렇다고 해도 오소마츠의 통발에는 벌써 물고기가 세 마리나 들어 있는데 내 통발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했지만, 적절한 순간에 낚시대를 적절한 힘으로 거두는 것에 줄곧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보니 그것이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물어라……. 얼른 물어라…….

 “엇험!”

 나도 모르게 샘 쪽으로 고개를 내민 채 찌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더니, 문득 오소마츠의 헛기침 소리가 샘에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그냥 그러느니 하고 있노라면, 갑자기 찌가 물속으로 쑥 들어가더니 낚시대가 덜덜 떨리며 아치모양으로 휘었다.

 물었다!

 나는 재빨리, 그러나 성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낚시대를 거두었다. 물쪽에서 당기는 힘이 강했기에 이쪽에서도 두 손에 힘을 꽉 주어야 했지만 너무 무리하면 줄이 끊어질 것 같아 적당히 조절을 했다. 그런 내 노력이 통했던 걸까. 머지않아 커다란 물고기가 물 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

 “오소마츠, 이거 봐! 내가 낚았어!”

 “오, 대단한데─. 처음인데 그런 큰 녀석을 낚다니─.”

 그 순간 나는 어찌나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던가. 생애 첫 낚시에 성공한 나는 펄떡 펄떡 뛰어대는 물고기 한 마리에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 나를 보고 오소마츠도 즐거웠는지, 줄곧 나른해 보였던 그의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

 “나는 여태껏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낚는 순간의 짜릿함이 이렇게 큰 것이었구나─. 재밌어─.”

 그렇게 마음가짐을 달리 했기 때문이었을까, 그 뒤부터 내 낚시는 일취월장이었다. 이 정도면 신들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내가 미끼를 던지면 던지는 족족 커다란 물고기가 낚였다. 숙련자인 오소마츠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요, 울타리에 묶어놓은 내 통발은 어느새 작은 어장이 되어 있었다.

 “아─, 재밌었다──.”

 낚시를 통해 유쾌 상쾌 통쾌함을 만끽한 뒤, 나는 저녁상에 올릴 것만 남겨두고 잡은 물고기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물고기들은 그들의 세상과 재회하자마자 쏜살같이 흩어지며 제 각각 모습을 감추었다. 단지 유희를 위해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게 한 것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

 “난 이곳에 아직 볼일이 남아 있으니까 먼저 가고 있어. 금방 따라갈게.”

 오소마츠가 샘물에 손을 담근 채 살며시 팔을 움직이자, 그 동선을 따라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나는 그러한 광경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도 곧 웃음을 되찾고는 그의 말에 따랐다. 신선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자연에 가까운 존재. 초월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는 분명 내가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신비스러운 영역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은 것은 내 가슴을 씁쓸하게 했지만 딱히 순리를 거스르면서까지 모든 것을 알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사랑한다고 해도, 그와 내가 다르다는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

 …

 …

 그녀가 떠난 뒤 홀로 남은 천선은 물에 담그고 있던 손을 살며시 거두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물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 뿐이었으나, 그의 눈빛은 깊은 애정과 약간의 그리움을 띠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맴도는가 하면, 그의 손이 머물렀던 자리에서 기포가 일어나더니 커다란 물결이 원형으로 퍼져 나갔다. 수면 위에 그려진 모습이 흩트러졌다가 돌아왔을 때, 천선이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은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투영이 아닌 실제로 물속에서 머리를 내민 남자, 그의 셋째 동생, 천권이었다.

 “설마하니 천국의 대학사가 이런 곳까지 직접 와줄 줄이야─. 깜짝 놀랐어─. 지금 나와 엮여서 좋을 게 없다는 걸 네가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야─.”

 “이곳은 제 관할지역입니다. 자신의 일터에 오는 것 뿐인데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여전히 앞뒤 꽉 막힌 얼굴을 하고 있구만. 둘이 있을 때 만큼은 예절 따위 집어치우라고 했잖아.”

 “…….”

 “어렸을 때처럼 형이라고 부르라고. 응?”

 “혀…… 형님…….”

 “푸핫! 뭐야, 그게! 천기도 아니고!”

 “시끄러워! 언제나 ‘태자마마 ~하시옵소서’ 하고 있으니까 어색한 게 당연하잖아!”

 “어색하다고 말하는 녀석 치고 여전히 화는 잘 내는구나─. 형아 조금 안심했어─.”

 “자칫하면 폐위될 판국인데 어째서 그렇게 태연하게 웃는 거야…….”

 “글쎄─, 모든 것을 놓아 버린 것일까─?”

 “웃기지 마! 내가 무엇을 위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 다 널 보좌하기 위해서…….”

 “알지, 알고 말고─. 네가 없었다면 난 진작에 천기에게 밀려났을 거야─.”

 천권은 천선의 웃는 얼굴을 쏘아보다가도 조용히 고개를 모로 돌렸다. 평소보다 깊게 들어간 미간의 주름이 그의 깊은 수심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천기는…… 그 녀석은 어렸을 적부터 인간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어. 행여나 그 녀석이 황위에 오르게 되면 인간계가 어떻게 되어 버릴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서 약속했지─. 우리 둘이서 인간계를 지키자고─. 그 약속이 없었더라면 애당초 나도 황위 따위에 미련을 두지는 않았을 거야─.”

 “네가 떠난 직후 아바마마께서 천기와 옥형을 은밀히 불러서 무언가 지령을 내리셨어. 그리고 숙부님 세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천선은 마른 웃음을 흘리며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저 멀리 시야를 내던지니, 뿌연 안개에 둘러 쌓인 산봉우리가 보였다. 단지 보고 있을 뿐이면 이토록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이건만. 그는 잠시 나마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지워 버리고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산들바람에 의식을 맡겼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마, 형.”

 “그게 무슨 소리야?”

 “시침 떼도 소용없어. 형이 잘못을 저지르고 쫓겨나듯이 이곳으로 온 건 전부 ‘그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서잖아.”

 “…….”

 잠깐의 침묵이 이어진 뒤, 천선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래, 아바마마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그 사건을 덮어두라고 하셨지만, 난 그럴 수 없었어. 그러지 않았지.”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거야?”

 천권이 묻자, 천선은 동쪽의 산으로 향해 있던 몸을 홱- 돌렸다.

 “내 어머니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셨고, 아버지께서는 그 일을 숨기려고 하셨어. 그런 걸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납득할 수 없는 건 우리 모두 마찬가지야. 하지만 결코 그것을 들춰내서는 안 돼. 아바마마께서 지키고자 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형도…….”

 “그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의 소중한 것을 저버릴 수는 없어! 누가 뭐라고 하든 간에 나는 반드시 진상을 알아내고 말 거야!”

 천선의 목소리에서 결의를 느낀 천권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하나만 약속해줘. 폐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조용히 있겠다고. 형이 힘을 잃으면 진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소용없어.”

 “걱정 마.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이상 절대로 잃어 버리지 않아.”

 “…….”

 “인간계를 지키는 것, 그건 본디 어마마마의 꿈이셨어.”

 “그랬지, 이곳은 그 분의 고향이자 우리의 근간이 있는 곳이니까.”

 “어렸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 어머니께서 사랑하셨던 것들이 내 눈에도 보여.”

 “화려하지 않아도 눈이 간다. 빛나지 않아도 눈부시다. 모든 것이 그대로 아름답다. 어머니께서 하셨던 말씀이지.”

 “어머니 말씀이 맞아. 인간은 비록 보잘 것 없지만 목숨 걸고 지켜낼만한 가치가 있어.“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형도 많이 변했구나.”

 “변했다기보다는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보는 게 맞겠지.”

 “신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천선으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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