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리를 끝낸 뒤 청소기를 창고에 돌려놓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었다. 날도 덥고 허리가 쿡쿡 쑤셨지만 기왕 꺼낸 것 내친김에 다른 방도 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형제들의 방으로 들어가서 바닥에 흐트러져 있는 물건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뒤, 자신의 방에서 그랬던 것처럼 청소기를 돌렸다. 평소에 쵸로마츠가 워낙 관리를 잘하고 있어서 크게 지저분하지는 않았다.

 "응?"

 책장 아래의 빈공간에 들어간 먼지를 빨아들이기 위해 고개를 숙인 나는 잠시 청소기의 전원을 끄고 책 사이에 꽂혀 있는 dvd케이스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예전에 내가 찾아냈던 오소마츠의 av컬렉션중 하나였다. 당시에 그는 내가 케이스 안의 사진을 발견하는 바람에 상당히 당황했었다.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아직 들어 있으려나?"

 나는 조금 뻣뻣한 느낌의 케이스를 열었다. 그리고 그때의 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조금 아쉬운 기분을 느꼈다. av케이스라면 그것 말고도 많았지만 딱히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하는 거야?"

 "아."

 문이 열려 있어서 알아차리지 못했다. 외출에서 돌아온 누군가 방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음을. 나는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오소마츠에게 어서오라며 웃어보인 뒤 손에 쥐고 있던 케이스를 책장에 돌려놓았다.

 "지난번에 이 안에 내 사진이 들어 있었잖아. 혹시 아직도 있을까 해서 열어봤어. 이제 질렸나보구나?"

 "다, 달라. 그때 이후로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꺼낸 것 뿐이야."

 그는 조금 민망한 듯 내 시선을 피하며 뺨을 긁적거렸다.

 "이상한 기분?"

 "처음 내가 몰래 찍었던 사진을 볼 때는 아무래도 좋았는데… 두번째 사진은 네가 찍게 해준 거라 그런지 차마 그걸 보면서 더러운 생각을 할 수가 없더라고… 마음이 불편하다고 할까."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그건 지금 어딨는데? 버렸어?"

 "버렸을 리가 없잖아. 다른 곳에 잘 보관하고 있어."

 "이전 것은? av케이스 안에 들어있던 것."

 "그건…"

 오소마츠는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떠오른 듯 눈썹을 찌푸리며 커다란 손으로 뒤통수의 머리카락을 흐트렸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이치마츠녀석이 가져갔… 아니, 강탈해갔어. 너한테는 더 좋은 게 있잖아-라면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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