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은 뒤 자신의 방에서 여유로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갑자기 시야가 캄캄해져 고개를 들었다. 잠시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스위치를 눌러보았지만 형광등이 나갔는지 꺼진 불이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교체를 하기 위해 수납장을 열었다. 다행히 지난번 장을 보러 나갔을 때 미리 사다둔 것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의자를 끌어다 막 올라가려던 찰나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때마침 오소마츠가 외출에서 돌아와 방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오소마츠!" "응?" 그는 대답함과 동시에 발걸음을 돌려 내게 다가왔다. "미안한데, 형광등 좀 갈아주라." "난 또 뭐라고. 알았어." 귀차니즘 말기인 이치마츠라면 '네가 해' 하고 쏘아붙였을지도 모르지만, 오소마츠는 대수롭지 않게 내 방으로 들어와 형광등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회심의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켰다. '자, 어서 까! 너의 물렁물렁한 똥배를 보고 맘껏 비웃어주마!' ──어쩌면 나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악한 구석이 있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소마츠가 의자에 올라가 두 팔을 들어올리는 순간의 나는 그저 그러한 상황이 재밌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나의 외침은 조용한 방 안에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금새 형광등을 교체한 오소마츠는 조심스레 의자에서 내려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너 똥배 다 어디갔어!" "최근 운동을 좀 했지. 뭐야, 내 똥배를 보려고 일부러 부탁했던 거야? 어쩐지." 내가 혼자 형광등을 갈 수 있다는 것 쯤은 아마 오소마츠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도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남의 똥배에 신경 끄고 니 똥배나 관리 잘 하세요─." 오소마츠는 비아냥거리며 양손을 집게손가락으로 만들어 내 뱃살을 콱 움켜쥐었다. 물론 내 배는 물렁물렁 출렁출렁 그 자체였다. "분하다!" "분하다, 그게 다야? 고맙다는?" "고마워…" "옳지." 그리고 그는 피식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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