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 나갔다가 간만에 백화점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곧장 자신의 방으로 가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오는 길에 샀던 간식을 들고 형제들의 방으로 향했다. 복도에서부터 적막함이 느껴져서 혹시라도 텅 비어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오소마츠가 있었다. 소파에 앉아 누군가와 휴대전화기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듯하던 그는 어서오라며 웃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고는 다시 휴대전화기의 액정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누구와 채팅을 하는 걸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서운함을 느낄 때 즈음 문득 오소마츠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상체를 숙여 내 목, 어깨, 머리카락 등에 얼굴을 들이댔다. 이윽고 킁킁 하고 귓가에서 연달아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묻겠는데."

 "?"

 "왜 너한테서 남자향수냄새가 나는 거야?"

 나는 그제서야 그의 행동을 이해했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백화점에 갔다가 병이 굉장히 예쁜 향수가 보이길래 테스터를 살짝 뿌려봤는데, 그게 남성용인지 몰랐네."

 그는 무언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내 손을 붙잡고 아무것도 없는 손등에 코를 묻었다. 킁킁. 그리고 냄새를 맡는 부위를 손목으로 옮겼다가, 돌연 내 손을 뒤집었다. 그는 내가 맨 처음 테스터를 뿌렸던 부분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천천히 구부렸던 상체를 일으켰다. 손목 안쪽에서 냄새가 가장 강하게 난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냄새가 옮겨진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향수를 뿌렸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오소마츠도 더 이상은 의심을 하지 않는 듯했다. 비록 그의 얼굴에 여전히 웃음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도.

 "오소마츠 넌 향수에 관심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 향수가 여자 건지 남자 건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거야?"

 "여자 건 보통 달달하고 가벼운 느낌이잖아."

 그는 내 귓가에서 한 번 더 킁 하고 냄새를 맡았다.

 "이렇게 씁쓸하면서 묵직한 느낌의 향수는 남자 것으로 정해져 있어."

 "그렇구나."

 나는 자신의 손목에 배어 있는 냄새를 한 번 맡아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자에게 어울릴 법한 냄새는 아니었다.

 "그보다 방금 전에 누구랑 채팅하고 있었어?"

 "친구."

 손에 쥐고 있던 봉투를 내려놓자 오소마츠가 그것에 흥미를 보이며 탁상 앞에 앉았다. 나는 봉투 안에서 간식을 꺼내고 있는 그에게 '정말─?'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가 간식으로부터 손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의심하는 거야?"

 "너도 방금 전에 날 의심했으니까 오늘은 사양 않고 하려고."

 오소마츠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윽고 그가 내 손을 잡아끌더니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휴대전화기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패턴은 √를 뒤집은 모양이야. 됐지?"

 "화끈하네. 나한테 숨길 게 하나도 없어?"

 "없어─. 굳이 있다고 한다면 목욕탕에서 동생들이랑 알몸으로 찍은 사진 정도?"

 "……."

 그건 확실히 좀 숨겨줬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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