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빌려갔던 옷 돌려주러 왔어. 나름대로 손빨래를 하긴 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 "톳티?" "……." "톳티, 듣고 있어?" 내게 등을 지고 앉은 채 책을 읽고 있던 토도마츠는 내가 세네 번은 더 부른 다음에야 비로소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고, 오늘따라 그의 상태가 상당히 로우텐션인 것 같았다. 마치 뭔가 불만이 있는 사람처럼, 그는 얄쌍한 눈으로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를 노려보다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마주섰다. 그리고 내게 얼굴을 가까이 내보이며─── "너는 아직도 티셔츠의 색깔이 아니면 우리를 구분할 수가 없지? 응?" ───내보이며 화를 내더니, 딱콩! 하고 내 이마에 꽤나 아픈 딱밤을 먹였다. "이 목소리는… 오소마츠?" "그래! 나야, 나! 내 옷이 전부 세탁기 들어가서 토도마츠에게 옷을 빌려입은 것 뿐!" "아니, 아니. 앞모습도 헷갈리는데 뒷모습을 보고 구분하는 건 무리야!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속은 거니까, 오히려 화내야 할 사람은 나라고!" "어째서? 어째서 아직도 그게 무리인 거야?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지내다보면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는, 그런 게 하나도 없는 거야? 너 그렇게 둔한 여자였어?" 평소 나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나를 꾸짖거나 하긴 해도, 오소마츠가 큰 소리를 내며 성화를 부리거나 나를 모욕하는 일은 없다. 그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내 착각이 그에게도 꽤나 큰 상처였던 모양이다. "너랑 톳티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서 가뜩이나 헷갈린단 말야! 카라마츠군은 눈썹, 쵸로마츠와 이치마츠는 머리카락의 상태, 쥬시마츠는 웃는 얼굴 등으로 알 수 있지만, 너희 둘은 대체 차이가 뭐야! 나만 깨닫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둔하다는 말을 듣고서는, 나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너만이 아니니까 더 열받는 거야─! 이야미도, 치비타도, 토토코짱도, 소꿉친구라는 녀석들이 전부 이 모양이라고─! 아─, 정말─, 됐어─!!! 완전히 인생 헛살았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오소마츠는 나를 지나쳐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고, 탁─! 하고 문을 닫으며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냥 사과할 걸 그랬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아마 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오소마츠가 나를 다른 여자와 헷갈려 하는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들 테니까. 상대방의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질투하거나. . . .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불 보듯이 뻔한 일이다. 오소마츠는 당연한 반응을 보였을 뿐인데,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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