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는데, 문득 뚝─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시야에 빨간 점이 생겨났다. 깨닫고보니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흘렸어도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적이 없었기에, 그것은 스스로도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그이상 빨래가 더러워지기 전에 서둘러 코를 막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뜨거운 피가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불쾌했다. 손으로 바닥을 더듬거리며 티슈를 찾고 있는데, 어느덧 내게 다가온 오소마츠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대신 피를 막아주었다.

 "또 자기 전에 몰래 av 봤구나?"

 "아니거든. 그보다 오소마츠 너 손수건도 갖고 다녀?"

 "고등학생 때 쵸로마츠가 선물로 준 거야. 내가 너무 지저분하다면서."

 "그걸 아직도 쓰고 있어?"

 나는 손수건을 보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엄청 낡았네."

 "가지고 다니다보니 이리저리 쓸모가 많더라고. 그래도 동생한테 받은 거라 쉽게 버릴 수가 없어."

 "……."

 나는 가만히 오소마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문득 평소 그의 습관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 이걸로 뭐 닦았어?"

 "아주 많은 걸 닦았지."

 "3가지만 말하자면?"

 왠지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쥬스, 커피, 그리고…"

 오소마츠가 뜸을 들이는 동안, 나는 속으로 조금 긴장했다.

 "땀."

 "ㄸ… 그렇구나."

 "뭘 생각하고 있던 거야?"

 "딱히 아무것도."

 "흐응─."

 그는 내 손을 잡아 직접 손수건을 쥐도록 한 뒤 그대로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최근 잠은 제대로 자고 있어?"

 "그다지. 하지만 그건 언제나 있는 일인데."

 "…뭣하면 카라마츠랑 이치마츠를 묶어놓고 나도 스스로를 묶은 채로 잘 테니까, 하루 쯤은 마음 편히 푹 자."

 "괜찮아."

 나는 실없이 웃음을 터뜨리며 손사래를 쳤다. 한편 조금 전까지 미소를 짓고 있던 오소마츠는 수심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를 이 집으로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던 걸까."

 "내가 원하던 거였잖아. 일본에 아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는걸. 당초에 내가 여기 온 것도 너 때문이었고."

 "나에게 좀 더 번듯한 구석이 있었더라면 너와 둘이서 살 수 있었을지도 몰라."

 "………"

 그의 눈동자가 점점 빛을 잃어갔다.

 "그렇게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하지만 난 모두와 함께 지내는 지금도 좋다고 생각해. 잠은 푹 잘 수 없어도 즐거우니까."

 "미안해."

 오소마츠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조용히 쓴웃음을 지으며 그를 끌어안았다.

 "내가 더 미안하지. 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데…"

 만약 내 몸이 지금보다 건강했다면,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을 할 수 있었다면, 그때는 나도 오소마츠에게 좀 더 의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나… 힘낼 테니까…"

 이윽고 어깨 너머로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탁이니까…"

"이제 아프지 마…"

"아프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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