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때 그 녀석이 말이야…"

 "하하하하하핫─!"

 웃고 떠드는 소리,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오는 와중에도 술을 마시는 남자들의 열기는 뜨겁다.

 '나한테는 한 모금도 못 마시게 하는 주제…'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잔에 따라두었던 사이다를 홀짝인다.

 분위기를 잘 타면 한 잔 정도는 허락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 오소마츠의 사전에 그런 일은 없었다.

 평소에는 '뭐 어때~' 하는 식의 다른 형제들도, '절대 안 돼!' 하는 오소마츠가 떡 하니 앉아 있으니 애써 그것을 거스르는 말을 꺼내진 않는다.

 내 건강을 해치고 오소마츠의 신경을 긁어놓아 봤자 득을 볼게 하나도 없으니 뭐, 그럴 만도 하다.

 모두가 시덥잖은 농담에도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에 혼자 그렇게 하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내 문제일까, 술의 문제일까.

 "하아─…"

 오소마츠가 아까부터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이따금씩 내 머리맡에 뺨을 가져다대거나 나를 끌어안거나 하고 있지만, 그 뿐이다.

 이 놈도 저 놈도 나는 안중에도 없다. 오히려 나와는 초면에 가까운 치비타씨가 이것저것을 챙겨주며 내게 신경을 써주고 있다.

 '바보들이니까 네가 이해해.' 마치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동정에 가까운 친절이다.

 …

 …

 …

 "아─. 쵸로마츠 완전 웃겨─."

 "시끄러! 다 너 때문이잖아, 이 썩을 장남아!"

 "내가 나쁜 거야? 나는 어디까지나 힘내라고 응원해준 거라고! 그치─?"

 예전에 오소마츠가 쵸로마츠를 대신해 냐짱과 악수를 하며 이상한 소리를 했던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해, 온갖 일화들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온다.

 언제나 그렇듯이 쵸로마츠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듯한 분위기지만. . . .

 상대방의 능청스러운 태도에 화를 내면서도, 두 사람 모두 그런 말다툼이 싫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치─? 나는 잘못한 거 없지─? 응─?"

 "……."

 어차피 여기서 내 생각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알고 있으니까, 귀찮게 사람을 자꾸 흔들어대지 말라고.

 그 이전에, 뭐야. 아까부터 너무 붙어 있잖아. . . .

 나를 술자리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필요한 무언가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 이거.

 "여보세요─. 제 말 안 들려요─?"

 "!" 귀언저리에 뜨거운 숨결이 떨어지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만다. 갑자기 귀에 대고 말하다니, 여러가지 의미로 심장에 위험하다.

 보통 술을 마시면 목소리가 들뜨기 마련이지만, 이상하게도 오소마츠는 그 반대다. 로우톤보다 하이톤에 속하는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좀 더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한다.

 아무도 모르게 잠들어버리는 것이 술버릇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 . . 약간 피곤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 . . 이해가 되는 부분이지만.

 마치 내가 그것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잠시도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

 …

 …

 "아─, 좋은 냄새 난다──." 그가 붉은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내 목에 코를 묻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고는 그대로 어깨 위에 머리를 기댄다.

 "있잖아─. 이대로 조금 자도 돼──?" 그리고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 내 허리를 두 팔로 끌어안고, 아이처럼 나를 조른다.

 "안 되는 걸로 정해져 있잖아. 저리 가, 이 망할 알파야."

 "그치만──. 냄새가 너무 좋은 걸───."

 "누가 멋대로 맡으래? 저리 안 가?"

 "정말─. 차갑네──."

 "주정뱅이에게 상냥하게 대해 줄 이유 같은 거 없어."

 …

 …

 …

 조금 냉정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 쪽이 이상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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