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사람은 이따금씩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무렵, 문득 답답함이 밀려오면서 어디로든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오늘 나는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집을 나서서 휴대전화를 꺼두고, 마을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바람을 쐬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다 마침내 까페에서 나왔을 때는 자정이 넘은 시간이 되어 있었다.

 …

 …

 …

 터덜터덜─.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길을 걸어 집앞에 도착하자, 마츠노가의 현관 한편에 기대어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띈다.

 "이치마츠…?" ──그렇게 중얼거리며 안심을 하는 찰나, 흐릿하게 보이던 실루엣의 남자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가로등 불빛에 의해 어둠이 걷히고 점차 모습이 드러나는가 하면, 차분하게 가라앉았던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어댄다.

 이치마츠라면 이런 시각 이런 내 모습을 보고도 별말 없이 넘어가겠지. 하지만 내 눈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다르다.

 "왜 이제 들어와? 지금 몇 시인지 알아?"

 주머니 안에서 빈 상자를 꺼내 입에 물고 있던 담배의 불을 끄며, 냄새를 날려보내려는 듯이 파자마 위에 걸치고 있던 하오리를 탁탁─ 털고, 그가 내게 다가선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시선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머릿속으로 변명거리를 궁리한다. 곧바로 마땅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서 뭐 하고 있었어?"

 "그냥 여기저기. 그동안 밀려 있었던 볼일도 보고, 바람도 쐬고, 생각도 좀 하고…"

 "혼자?"

 "응."

 결국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생각을 그만둔다. 솔직하게 대답한 뒤, '잔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오소마츠는 다른 형제들에게 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꽤나 무서운 존재이다. 그것은 젠더와는 상관없다.

 솔직히 말해서 오소마츠가 내 생활에 관여하는 정도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조금 이상해보일 수도 있을 정도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친구사이에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이 남자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타지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다 보면 누군가의 쓰디쓴 잔소리 마저 소중해지고, 상대방 나름대로의 애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 간 떨리게 좀 하지 마."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긴 건 아닌가 하고, 내가 얼마나…"

 입술을 굳게 닫고 가만히 말을 듣고 있노라면, 머리 맡에서 작은 한숨과도 같은 쓴웃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따뜻한 포옹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따뜻한 포옹이 내 가슴을 또 한 번 놀라게 한다.

 두려움을 느꼈던 조금 전과는 사뭇 다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

 …

 …

 "담배냄새…"

 "조금만 참아. 너 때문에 피운 거니까."

 이치마츠의 것은 가볍고 시원한 느낌의 멘솔향이었다. 그런데 오소마츠의 붉은 하오리에 베어 있는 담배냄새는 조금 다르다.

 좀 더 묵직한 느낌에, 달고, 달고, 정말 달고… 좌우지간 굉장히 달다. 담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보통 몸에 좋지 않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이것은 싫지 않은 느낌이다.

 오히려 코를 묻고 아주 잠시만 더, 잠시만 더 향을 맡고 싶다.

 하지만. . . .

 '내가 그렇게 말하면 이 남자가 앞으로 지금보다 담배를 자주 피우게 될지도 모르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자…'

 생각하니 문득 웃음이 나온다.

 오소마츠는, 내 친구는 이렇게나 상냥한데. . . . 여태껏 나는 무엇을 무서워 하고 있던 걸까, 하고.

 "앞으로는 일찍일찍 다닐게. 걱정시켜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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