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잠ㄲ…"

 털썩─.

 "아얏…"

 오소마츠의 입장에서는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전히 친구이고, 지난번에는 내쪽에서 박치기까지 해가며 그를 거부했으니까. 지금 그가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때는 워낙 경황이 없었고, 날카로운 이빨에 물린 뒤라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그때 내가 평소와 같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그렇게 가차없이 오소마츠를 밀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 전에 말했듯이, 나도 그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참을대로 참았다. 이제 이런 애매한 관계는 이쯤에서 그만 끝내고 싶다.

 라고 해봤자, 그것은 내 마음의 외침일 뿐. . . . 사실 나에게는 오소마츠를 어떻게 할 담력도, 힘도 없다. 단지 평범한 방법으로는 오소마츠가 좀처럼 알아주지 않으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그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괜찮은 거야?"

 당연한 것이지만 오소마츠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나를 지그시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고 해버려도…"

 조금 분할 정도로, 그는 상당히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야 뭐,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나도 조금 더 로맨틱한 환경에서 언제 누가 돌아올지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망할 알파에다 변태인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우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나 말이야… 육체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한 단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때 마다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자, 우리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

 "사귀면 되지."

 나는 스스로 말을 내뱉고도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을 느꼈고,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다지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누가 들어도 고백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이나 애인이라는 관계의 틀에 내 감정을 끼워맞추고 싶지 않아. 좋아하면 사귀고, 질리면 헤어지고, 그런 뻔한 전개는 싫어. 적어도 너와는 달랐으면 좋겠어. 좀 더… 특별했으면 해."

 "오소마츠…"

 "알아, 이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이미 질린다는 거. 동화책속 주인공도 아니고, 요즘 같은 때에 정신적인 사랑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차마 그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가 없었다.

 "미안!!! 미안해, 오소마츠!!! 나란 여자는 정말… 음란한 여자야!!!"

 이렇게 나를 순수하게 좋아해주고 있는데, 그런 남자의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하지만 역시 나는 너를 원해!!! 너한테 사랑한다는 말 듣고 싶고, 사귀고 싶고, 그… 그것도 하고 싶어!!!"

 결국 나는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자괴감에 폭주를 해버렸다.

 "ㅍ…푸훗…."

 그때 문득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신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것을 그만두고 고개를 숙여 여전히 밑에 깔려있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아하하하하하핫─!!! 아 웃겨──."

 그는 키득거리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폭소를 터뜨렸다.

 "뭐, 뭐…"

 나는 벙찐 얼굴이 되었다.

 "혹시 방금 그거… 거짓말이었어?"

 "당연히 거짓말이지! 무얼 진짜로 믿고 있어? 내가 무슨 돌부처라도 되냐? 아하하핫──."

 "왜 그런 장난을?!!"

 "그냥 네 반응이 궁금했거든."

 오소마츠는 슬슬 진정을 하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숨을 골랐다. 이윽고 그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기가 사그라들었다.

 "그럼 네 진심은 뭐야?"

 내가 물었다.

 "내 진심?"

 그는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내게 속박되어 있던 손을 간단히 빼냈다. 그리고 그 손으로 내 허리를 감쌌다.

 "그야 당연히…"

 그대로 나를 자신의 위에 앉힌 그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뜸을 들였다. 문득 그가 두 발을 바닥에 딛는가 싶더니 몸을 살짝 움직였다. 나는 그 작은 흔들림에도 움찔- 하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당장 널 넘어뜨려서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지─."

 오소마츠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나는 무심코 야릇한 소리를 내버렸다. 그 소리가 그에게도 들렸는지, 그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설마 너로부터 덮쳐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나 이제 참는 거 그만둬도 되는 건가─?"

 "아니… 좀 더 참아줘…"

 "왜? 막상 내가 적극적으로 나오니까 겁나─?"

 "네……."

 오소마츠는 여전히 능글맞게 웃으며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휘청하는 나를 감싸안으며, 그는 나와 마주보았다.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넣고, 손가락 끝으로 살살 간질이듯이. 그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야, 전부 거짓말은 아니었어."

 "응?"

 …

 …

 …

"사귀면 난 너를 내 것으로 여길 테니까… 그러면 질투하고, 속박하고, 집착을 할 수밖에 없게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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