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지금 목욕하러 가는 거야?"

 "응."

 샤워를 하고 나와서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던 중에 복도에서 형제들과 마주친 나는 무언가 평소와 다른 듯한 묘한 위화감을 느끼며 그들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어째서인지 오소마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아까 더워서 먼저 했다는군."

 오소마츠가 없을 때 대열의 가장 앞에 서는 사람은 당연히 차남인 카라마츠다. 그 뒤로는 쵸로마츠 앞에 동생인 이치마츠가 서는 등 상당히 어지럽게 섞여있지만, 선두의 위치 만큼은 항상 오소마츠 아니면 카라마츠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내가 특별히 대상을 지목하지 않고 오소마츠에 대해서 물었을 때도 자연스레 카라마츠가 대답을 돌려준 것이었다.

 "그렇구나."

 나는 그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한 뒤 마저 걸음을 옮겼다.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고 바디로션을 바르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노곤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이불속에 들어가지 않고, 다시 복도로 나가서 형제들의 방으로 향했다. 자기 전에 오소마츠의 얼굴을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

 …

 그런데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일까.

 "응…읏…"

 내가 일본의 여성처럼 작은 몸집을 가진 것도 아닌데, 그런 나를 완전히 덮을 만큼 남자의 몸은 크고 단단했다. 나는 어디로 향하면 좋을지 모를 두 팔로 오소마츠의 어깨를 감싸안고, 두 손을 그의 등에 다소곳이 올렸다. 처음 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안색이 창백하고 입술이 바짝 매말라 있던 오소마츠는 어느덧 평범하게 건강한 남자가 되어 내 어깨에 난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뜨거운 혀로 핥거나 쪽 소리를 내며 키스를 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그는 그러한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그만하라는 내 말에 계속 '응', '응' 하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낮은 숨소리, 야릇한 신음소리가 나를 짙은 긴장감으로 애워싸고, 그 긴장감은 점차 성적 흥분으로 변해갔다. 위태로이 떨리던 가슴에 작은 두려움이 싹틀 때 즈음, 오소마츠가 내게서 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내 어깨 위에 그의 뜨거운 숨결이 떨어지고 있었다.

 "오소마츠."

 "응? 왜?"

 오소마츠의 대답이 곧바로 들려온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찰나, 덥썩 하고 그가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강하게 짓눌렀다. 사그라들었던 두려움이 다시 피어나 커다랗게 팽창함과 동시에, 나는 자신의 가슴으로부터 무언가 툭툭 떨어져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카디건의 여밈이 벌어지면서 단추가 뜯겨진 것이었다. 이윽고 내 몸을 덮고 있던 얇은 천 안으로 오소마츠의 손이 들어왔다. 어떻게든 그를 밀어내려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소마츠!!!"

 나는 무의미한 발버둥을 치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이판사판으로 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부딪혔다.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그것은 나에게도 그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ㅋ으극… 너, 그렇다고 박치기를 하냐?"

 "네가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우리는 하나같이 이마를 부여잡고 아픔을 호소했다. 잠시 후 내 위에서 내려온 오소마츠는 이마에서 손을 내리며 내게 사과했다.

 "미안, 잠깐 이성이 날아가서."

 그는 여전히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나는 쿵쾅쿵쾅 뛰어대는 심장 박동에 쉽게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오소마츠가 소리쳤다.

 "미안하다고!"

 나는 저도 모르게 움찔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오소마츠는 의기소침했다.

 "이제 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겁먹지 마."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문득 그의 손이 내 옷깃을 슬쩍 잡아끌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터인데, 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본래의 오소마츠, 아이 같은 그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기분은 좀 어때?"

 "덕분에 나아졌어."

 좀 더 일찍 이렇게 했었더라면, 어쩌면 나는 오소마츠나 이치마츠의 거칠어진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오소마츠는 내가 마츠노가에 살게 된 이래 점점 페로몬수치가 늘어나서 이따금씩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가 된다. 그가 형제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방에 홀로 누워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많이 힘들면 얘기하지."

 "최근에 너 나랑 눈이 마주칠 때 마다 계속 움찔했잖아… 내가 방에 들어오면 은근슬쩍 나가버리고…"

 나는 말없이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오소마츠가 슬슬 눈치챘을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가슴이 죄어왔다. 그에게 미안하고, 자신이 두려움으로 인해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후회되었다.

 "내가 너무 지나쳤던 것 같아서… 오늘은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어. 널 보자마자 핀치가 오는 바람에 결국 해버렸지만… 하하하─…"

 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거기서 바보라고 꾸짖거나 화를 낼 수도 있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왠지 사랑스러워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를 끌어안았다. 그를 자신의 품안에 두고, 부드러운 머리칼에 뺨을 부비적거렸다. 그 어느때보다 더 다정하게, 그 어느때보다 더 따뜻하게.

 "저기… 너무 그러면 나… 또…"

 "이번에는 참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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