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오소마츠 너, 이거 18살 때 찍은 거야? 불과 몇 년 전이라곤 하지만 완전 귀여운데─."

 "무얼 남의 지갑을 멋대로 가져가서 신분증을 보고 있어? 얼른 주머니로 돌려놔."

 "깐깐하게 굴긴. 닳는 것도 아닌데 조금만 더 구경하자. 일본인의 신분증은 처음 본단 말이야."

 "어느 나라에 가던지 신분증은 다 거기서 거기야. 이름, 젠더, 생년월일, 거주지 주소…"

 "아니, 아니. 우리나라는 젠더 같은 세세한 것까지는 안 나오는데. 여권에는 나오지만."

 "그래? 어디 봐."

 나는 자신의 지갑에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은 주민등록증을 꺼내 오소마츠에게 보여주었다.

 "헤에─… 정말이네. 젠더가 안 나와 있어…"

 "그런 정보가 필요한가?"

 "이쪽에서는 당연한 거지만… 뭐, 너희 쪽에 있어서는 필요없기 때문에 넣지 않은 거겠지."

 "어이, 친구.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데 이쪽 저쪽 하는 건 너무 매정한 거 아냐?"

 "아무리 이웃나라여도 바다로 나뉘어져 있어. 엎어져도 코 안 닿아."

 …

 …

 …


 오소마츠가 읽고 있던 만화책으로 관심을 돌릴 때 즈음, 나는 여전히 그의 신분증을 훑어보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머지않아 조금 착잡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네 젠더를 정확하게 쓰면 α Dominant구나."

 "응. 그런데?"

 "이 '도미넌트'라는 단어 말이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배・유력・우세라는 뜻이 나와."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오소마츠 주제에 지배・유력・우세라니, 기분 나빠."

 "기분 나쁘다니 뭐야. 그건 단순히 열성보다 페로몬이 강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뿐이잖아. 애당초 너도 우성이면서 뭘."

 내가 민감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 . .

 그저 알파라는 말에 그런 단어가 따라붙는다는 것만으로도, 웃을 수 없게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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