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지인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우울한 술판'을 벌이고 있는 어르신들 사이에 끼게 되는 바람에 한밤중이 되어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오소마츠에게 미리 늦는다고 문자를 넣어놨지만, 지금 시점에서 귀가시간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스스로도 심각하다고 여길 만큼 술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왔어?" "응." 2층에서부터 터벅터벅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머지않아 오소마츠가 어둠속에서 내게 말을 걸며 다가온다. 파자마차림에 하오리를 끈도 묶지 않고 대충 걸친 모습이 편안하고도 자연스러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처럼 그에게 달려들어 피곤함을 호소하며 응석을 부릴 수가 없다. 그는 지금 내게 화가 나 있다. "너 술 마셨어?" "거부하기 어려운 자리였거든." 그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상당히 언짡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내 턱을 붙잡아, 술기운에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좌우로 살펴본다. "최소한 한 병은 마셨네, 이거." "그만 들어가서 잘래." 걱정이 되고 화가 나는 기분은 이해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의 면상에 대고 '이거'라니. . . . 기분이 상해서 무심코 자신을 향해 있던 손을 뿌리쳐버렸다. 뭐가 어쨌든 지금은 방에 돌아가서 자자. 얘기는 내일 아침에 해도 늦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오소마츠를 지나쳐 계단을 올라가려다, 돌연 팔을 붙잡혀 휘청─ 하고 걸음을 멈춘다. 무심코 입을 다물어 버릴 만큼 성인남자의 손은 강하다. 그리고 화가 난 오소마츠의 눈빛은 그 이상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고보니 나, 오늘 집을 나서기 전에 지인의 장례식장에 가는 거라고 미리 얘기 했던가. . . . 잠시 생각을 골라본다. 확실히 누군가에게 말을 했던 기억이 나긴 하지만, 그 사람이 오소마츠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는 여태까지 내가 누구와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오소마츠의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 그의 눈빛이나 행동이 이해가 간다. "은사의 남동생 되는 분께서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 분의 장례식에 다녀왔어." 이럴 때는 차분하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 "거기서 마신거야?" ──내가 충분한 이유를 주면, 그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럽게 변한다. "주변이 온통 어르신들 뿐인데 거기서 젊은 내가 몸을 사릴 수는 없잖아. 한 분 한 분께 술을 받다 보니 조금 오버해서 마시게 된 거야." 내가 한 병을 조금 넘게 마셨다는 것을 정확히 맞춘 것은 조금 오싹했지만, 그런 예리한 부분이 오소마츠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몸이 약하다고 말하면 아무도 억지로 먹이지 않을 텐데… 왜 바보 같이 그걸 다 마셔." "괜찮아, 괜찮아. 내가 누누이 말 하잖아, 어쩌다 한 번은 상관없다고. 하여간 걱정이 너무 지나치다니까, 오소마츠는." 이렇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이 우리들의 평소 모습이다. 어물쩍 넘기는 듯 해도 그것으로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걱정이 많은 내 친구는, 이번 만큼은, 나의 능청스러움에 어울려주지 않는다. "부탁이니까, 경각심을 좀 가져. 내가 예전과 같은 일을 또 한 번 겪게 만들지 마. 네 건강이 또 나빠질까 봐 무섭단 말야." 이 남자가 어떤 기분으로 내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것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고집을 부려서 괜찮다고 말할 수 없다. 자신의 몸이지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퇴원을 한 뒤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다만 그것을 외면 한 채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내가 이 정도인데, 언제나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오소마츠는 어떨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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