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갑자기 왜?"

 "저번에 네가 내 스카프 벗은 사진을 찍어갔잖아. 가는 게 있음 오는 게 있어야지."

 "내 사진 같은 건 가지고 있어봤자 아무 짝에 쓸모없을 텐데…"

 "난 필요해. 자, 어서."

 "네, 네."

 나는 손가락으로 액정을 슥 그어서 잠금잠치를 해제한 뒤 카메라를 켰다. 그리고 오소마츠를 화면에 담았지만, 바로 찍는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 그가 너무나도 딱딱한 무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하는 거야?"

 "렌즈를 쳐다보고 있잖아."

 "그래, 렌즈만 쳐다보고 있지. 아마추어 같이 왜 이래?"

 "난 아마추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네가 리퀘스트를 해 봐."

 "좋아."

 오소마츠라면 알아서 다 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쯧'하고 혀를 한 번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리를 이렇게…" 여자가 다리를 옆으로 모아 앉듯이 그의 다리를 한쪽으로 살짝 빼놓은 다음, "손은 이렇게…" 그의 두 손을 끌어다가 반대쪽의 바닥을 짚게 했다.

 "이제 후드를 어깨 아래로 내려."

 "알았어…"

 오소마츠는 얄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도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내 말에 따랐다. 피부가 하얗고 마른 체형인 그의 쇄골은 내 예상대로 나의 사진에 담기에 충분히 완벽했다.

 "그 상태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완벽해."

 나는 화면을 통해 오소마츠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침 그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불평을 하기 시작해서, 내 손가락은 바쁘게 셔터를 눌러댔다.

 "뭐야, 이게! 완전히 몸을 파는 남자 같잖아."

 "몸을 파는 남자라니, 이 작품의 제목은 '용서를 구하는 소년'이야."

 "그런 설정이었어? 쓸데없이 디테일하네, 정말─."

 수십장의 사진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가장 잘 나온 것 한 장 뿐. 그러한 생각은 나의 예술혼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솔직하게 말해. 그냥 나를 놀리고 싶은 것 뿐이지?"

 "너는 나를 놀리기 위해 내 사진을 찍었어?"

 "아니…"

 오소마츠는 시선을 모로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또 한 번 셔터를 눌렀다.

 "이거 완벽한데. 너무 완벽해서 무서울 정도야."

 "그래, 그래… 얼마든지 찍어도 좋으니까 나 외의 다른 녀석에게 이런 일 시키지 마."

 "이런 와중에도 동생들 걱정이라니, 너도 참 고질병이다."

 "동생들이 아니라 널 걱정하는 거야, 바보야!"

 "……."

 나는 오소마츠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져 있다가 얼굴높이로 들고 있던 휴대전화기를 살며시 내렸다.

 "사진도 좋지만 역시 실물이 좋네."

 "?"

 오소마츠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