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남녀가 결혼을 하면 여자쪽에서 남자쪽의 성을 따르는 제도가 있고, 이것을 부부동성제라고 한다. 남자쪽이 여자쪽의 성을 따르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아주 드문 경우로, 90%이상이 전자의 방식을 택한다. 그것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남녀차별이다 뭐다 해서 부부동성제를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곳의 사람들은 결혼을 함과 동시에 기존의 성을 버리고 새로운 성을 사용한다. 내 가장 가까운 곳, 마츠노가의 아주머니 아저씨 또한 같은 '마츠노'의 성을 가지고 계신다. 오늘 아침 밥을 먹던 도중 아주머니께서 내게 물으셨다. 만약 일본인과 결혼하게 되면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그때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대답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나는 꽤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 같은 방에 있던 오소마츠에게 의견을 물어본 것이었다.
"외국인에게까지 강요를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난 역시 해줬으면 하는데." "그래?" "응." 오소마츠는 읽고있던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당연시 되고 있어서, 같은 성을 사용해야 '진짜 가족'이라는 느낌이거든. 나중에 태어날 아이의 정서를 생각해도, 부모가 서로 다른 성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아." "그치만 나는 내 성을 버리기 싫은데…" "어차피 외국인은 이곳에서만 그런 형식을 따르는 거고, 본국에서는 원래의 성으로 계속 남잖아." "나는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평생 내 성만 사용할 거야." "……." 오소마츠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가 한숨을 삼키며 책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그럼 너랑 나는 안 되겠다." 나는 그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발끈 하면서도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 네 부인은 꼭 마츠노여야만 하는 거야?" "응.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외국인인 너에게까지 강요할 수는 없겠지." 없겠지라고 담담하게 말해도 나는 그가 결혼을 하는 순간 분명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오소마츠는 가족이라는 집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니까, 만약 그가 부부동성제를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할 만도 했다.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봐왔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 "마츠노가 되는 게 그렇게 싫어?" 문득 그가 내게 물었다. "한국인에게 네 성을 일본식으로 바꾸라고 하면 누구라도 싫어할걸." "……." 그는 조금 전의 나처럼 입술을 잘근거리며 잠시 생각을 고르는 듯했다. "날 위해 그래줄 수 없어?" 나는 그 말에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날 위해' 비록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 말에는 가슴이 크게 동요했다.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내가 대답하자, 그는 말없이 시선을 모로 돌렸다. 문득 그의 얼굴에 약간 쓸쓸함이 비추는 듯했다. … … … "국적을 바꾸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곳에서만이라도 내 성을 사용하라는 것 뿐이잖아…" "그것 마저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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