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주 전부터였을까. 때가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밥상을 눈앞에 두고도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막 지은 밥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을 보면 입맛이 돌아야 하는데, 그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불쾌해진다. 속이 울렁거린다던가, 몸상태가 나쁘다던가 했다면 슬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밥을 먹는 것이 싫어졌다.
"……." 며칠 전부터 오소마츠가 식사를 하는 내내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애써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이 한계로, 평소처럼 맛있게 먹는 척을 하는 것은 무리다. 억지로 음식을 삼킬 때 마다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면 억지로라도 먹어야겠지만, 마음 같아서는 식사고 뭐고 전부 그만두고 당장 방으로 돌아가서 눕고 싶다. "너." 오소마츠가 맞은편에 앉은 나를 넌지시 부른다. 무심코 젓가락을 내려놓으려던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 놀랐다. "응?"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방금 나는 거의 자동적으로 밥그릇과 젓가락을 다시 움켜쥐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소마츠를 의식하고 있는 걸까. "또 다이어트할 생각인 건 아니지?" "아, 아니야." 사실 내가 이러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이야기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섰다가 군데군데 붙어있는 자신의 군살을 보고, 그것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나는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음식의 섭취량을 평소의 반으로 줄였고, 될 수 있는대로 육류와 가공식품 등을 피하고 야채위주로만 먹었다. 그때도 오소마츠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청소를 하던 중에 갑자기 극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 날부터였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자신의 방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곁에 오소마츠가 있었다. 그는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고요한 정적속에서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알겠지? 다이어트라는 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그는 단지 그렇게 말했다. 결코 내게 화를 내거나, 나를 꾸짖거나 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나는 여자에게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라는 둥, 현기증 정도는 누구나 겪는 증상이라는 둥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토를 달았다. 그로부터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는 다투기 시작했고, 1층에 모여 있던 형제들이 소란을 듣고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그때 즈음 나는 오소마츠에게 팔을 붙잡혀 부엌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놔! 놓으라고!" "형! 뭐하는 짓이야?" 쵸로마츠가 오소마츠의 어깨를 붙잡고 그를 말리려 했지만, 오소마츠는 나를 끌고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팔이 단단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발버둥을 치다가 그대로 굴러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내가 저항을 하든 말든, 소리를 지르든 말든, 오소마츠는 나를 탁상 앞에 앉혔다. 아니, 내팽겨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를 따라 1층으로 내려온 쵸로마츠가 나를 부축해주고, 토도마츠가 어떻게 좀 해보라며 카라마츠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카라마츠가 내게 시선을 돌렸을 때 그와 눈이 마주친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장남인 오소마츠에게 언제나 충실한 동생이기 때문이었다. 오소마츠가 화를 내는 데 그럴만한 이유가 없었더라면 그때는 달랐겠지만, 그 역시 내가 다이어트하는 것을 내심 못마땅해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분명 그 정도로 강하게 나오지 않으면 내가 말을 듣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상냥하지만 그러면서도 의외로 엄격한 면이 있다. 형인 오소마츠와 닮은 부분이다. 두 남자의 마음이 맞을 때는 아무도 그들을 막지 못한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먹어." 오소마츠는 탁상 위에 그릇을 내려놓은 뒤 내게 수저를 내밀었다. 그릇 안에는 아침에 먹었던 나베가 따뜻하게 데워진 상태로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수저를 받아들었지만 선뜻 그것을 먹지 못했다. 거기서 무언가를 입에 넣으면 그것으로 내 다이어트는 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소마츠는 주저하는 내게서 수저를 빼앗은 다음 얇게 썬 고기를 집어 내게 내밀었다. 나는 먹지 않고 쵸로마츠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쵸로마츠가 입을 열기 전에 카라마츠가 그를 저지했다. "먹으라고. 배고플 거 아냐?" 나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바로 눈앞에 무서운 눈빛을 하고 있는 오소마츠가 있었기에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그 시점에서 더 버텨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엔 오소마츠가 내민 음식을 받아먹어야만 했다. 그날 그는 내가 그릇을 비울 때까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잠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 … …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바보가 아닌 이상 또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생각 따위를 할 리가 없다. 몇 번을 반복한다 한들 호되게 야단만 맞고 끝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건지, 좀처럼 속에서 음식을 받아들이질 않는다. 이런 상태로 계속 밀어넣다간 거부반응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아무리 오소마츠가 무서워도 더는. . . . "못 먹겠으면 먹지 마." "에?" 분명 또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 달리 오소마츠의 표정이 온화하다. 어째서일까. "일부러 배고픔을 참아가면서 굶는 게 아니라면 나도 딱히 신경 안 써. 가끔은 입맛이 없을 수도 있는 거고, 몸이 안 좋을 수도 있는 거니까. 억지로 먹다 체하지 말고, 그만 방에 돌아가서 쉬어." "으, 응…" 내가 자신의 그릇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오소마츠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주방으로 향하면서 스스로 반성의 필요성을 느꼈다. 오소마츠가 화를 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를 위해서이지, 내게 겁을 주거나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언제나 그렇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무슨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걸까. 소꿉친구로서, 한 가족으로서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면서, 어째서 항상 그를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그의 마음을 오해하는 걸까. 어쩌면 나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기적인 인간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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