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그다지 밖에 나가고 싶지 않고, 선풍기 앞에 앉아 그저 가만히 있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벽에 기대어 조금 멍한 상태로 잡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펄럭─. 무료하게 페이지를 넘기니, 「잠시 쉬어가는 코너」라는 커다란 문구 아래 묻고 답하기라는 것이 문득 눈에 띄었다. 딱히 재미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루했던 나는 일단 해보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지문을 읽어내렸다. 그리고 속으로 그것에 대한 답을 고민했다. 막상 해보니 의외로 특이하고 흥미로운 질문들이 많았다.

 「나는 떠나가는 연인을 붙잡기 위해 ooo까지 할 수 있다.」

 그 질문을 보고 나는 새삼 자신에 대한 무력감을 느꼈다. '그래봤자 내가 울기밖에 더하겠어?'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힘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상대방에게 어필해 동정심을 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나는 애써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같은 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오소마츠를 돌아보며 그에게 물었다.

 "너는 떠나가는 연인을 붙잡기 위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어?"

 오소마츠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책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내게 대답했다.

 "감금."

 그건 범죄잖아 이 녀석아.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XX, △△, ○○…"

 "이 녀석아!!! 그만둬!!! 이치마츠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오소마츠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나를 흠칫 놀라게 했다. 그로 인해 심장에 경련이 일어나 왼쪽 가슴이 따끔거릴 정도였다. 나는 오소마츠가 더 끔찍한 생각을 하기 전에 서둘러 그의 말을 끊었다. 이윽고 오소마츠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최후의 수단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무섭다면 사람을 그런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지 마."

 "살다보면 애정이 식을 수도 있는 거고, 헤어지게 될 수도 있는 거야. 슬프긴 하겠지만 그건 누구나 겪는…"

 "마음을 흔들어놓고, 몸을 섞고, 그렇게 단물만 쏙 빼먹은 다음에 버리는 거야? 네가 질렸으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넌 심한 짓 당해도 싸."

 오소마츠는 말을 하면서 표정이 점점 차갑게 식었다. '당해도 싸'라고 할 때는 어금니를 꽉 깨물기까지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개인의 자유라고 해서 그 사람을 네 맘대로 가지고, 버릴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 거기에 따르는 책임도 제대로 생각해야지. 안 그래?"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

 그가 무서웠다.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