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흘리게 되는 여름에는 옷을 더 자주 갈아입게 되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몇 벌 안 되는 옷들로는 도무지 감당이 되질 않는다. 평소에 입는 것들이 전부 세탁기에 들어가서 하는 수 없이 구석에 쳐박아놓았던 몸빼바지를 입었는데, 역시 편하고 시원하긴 해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인다. 복도를 걸을 때는 그래도 부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조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형제들의 방에 들어설 때 내 모습을 본 이치마츠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봐버렸기 때문일까.

 "뭐냐, 그 패션은."

 "왜, 왜?"

 "살쪘냐? 맞는 옷 없어? 아줌마가 따로 없네."

 "시… 시끄러워. 당초에 너는 1년 365일 츄리닝이잖아."

 "너는 이 집에서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여자라고. 네가 유일한 볼거리란 말야. 스커트라던가, 레이스라던가…"

 나는 '볼거리'라는 말에 발끈하다가도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치마츠와는 그다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기에 같은 방에 있던 오소마츠의 옆으로 갔다. 이윽고 그가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는 내 모습을 위아래로 슥 훑더니

 "예쁜데 왜 그래?" 하고 말하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이치마츠의 말은 신경쓰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이러고 다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그의 말에 얼굴이 뜨거워지면서도, 나는 조금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오소마츠와 함께하게 되면 평생 짧거나 비치는 옷은 못 입겠구나. . .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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