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아, 아니… 괜찮아."
"그렇게 계속 쳐다보면 내가 안 괜찮아. 어차피 각인만 안 되면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물고싶으면 물어. 자─." "아니, 아니, 아니! 됐어─! 이제 안 쳐다볼게─! 아예 이 방을 나갈게─! 미안─!!!" 얘기치 않게 둘만 집에 남아있게 되니, 아까부터 오소마츠의 집요한 시선이 느껴진다.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모르는 척 해왔지만, 누군가 계속 쳐다보는 와중에는 책을 읽고 있는 이쪽도 집중할 수 없다. 그래서 먼저 말을 꺼냈건만, 오소마츠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당황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그런 그의 발을 가볍게 붙잡고, 일부러 이전보다 더욱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어차피 언젠가 내가 먼저 말을 꺼내려고 했어. 의도한 게 아니라지만 매일 냄새를 풍겨대는 건 나도 미안하고… 친구에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치만 그런 짓을 했다간 나…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차… 참을 수 없을 거야……." "널 믿을게. 상처가 나면 당연히 피도 나겠지만, 위험한 정도까지 가기 전에 멈춰줘. 그리고 옷을 입으면 가려지는 곳으로…"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내가 물고 있는 사람이 너고, 너를 물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시점에서 말야, 그건 무리라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오소마츠는 놓아달라는 듯이 무릎을 구부려 내 손을 붙잡았다. "어째서 넌 항상 무리라고만 하는 거야? 너 자신에 대해 조금은 확신을 가져 봐." 딱히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오소마츠가 그런 말을 하거나 반응을 보일 때면 친구로서 가슴이 아프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도, 그리고 불신도, 전부 내 탓이 아닌가 싶다. 이것으로 오소마츠가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조금이나마 편안해질 수 있다면─… 몸에 상처 몇 개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 … … 두 사람의 숨소리 밖에 들려오지 않는 조용한 방. 나는 긴장감을 숨기기 위해 애써 무덤덤한 척을 했다.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햇빛이 잘 드는 창가의 소파에 나란히 앉은 나와 오소마츠는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나는 손목까지 내려오는 긴 소매를 걷어올려 나의 오른팔을 눈 앞의 남자에게 내밀었다. 내가 능청스레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자 그는 망설이는 것을 그만두고 두 손으로 내 팔을 정중히 받쳤다. 마침내 팔꿈치 안쪽의 약간 아랫쪽 부근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날카로운 이빨은 베개처럼 연한 살갗을 생각이상으로 쉽게 뚫고 들어갔다. 그 순간 나쁜 장난을 치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묘한 흥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소마츠는 천천히 윗쪽으로 옮겨가며 나의 팔을 두 차례 더 물었다. 처음 두 번은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세번 째에는 뭐가 잘못 된 것이었는지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내 목소리를 듣고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 한 뒤 눈꺼풀을 지그시 내리며 자신이 낸 상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듯 고민하더니, 자신의 입술에 묻은 피를 엄지로 슥 훑었다. 그리고 끝내 입을 열었다. "있잖아, 이런 말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피… 조금만 마셔도 될까? 이게 목으로 넘어갈 때의 느낌이 어떤지 알고 싶어." "어차피 응고되기 전까지는 계속 흐를 테고, 그러면 티슈로 닦아낼 뿐이잖아. 그럴 바엔 차라리 나한테 줘." 그는 내게 고민할 기회를 줬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내가 좋을대로 하라고 말하려 했을 때, 그는 이미 내 피를 맛보고 있었다. 이미 빨갛게 물든 혀가 피부에 닿는 순간, 찌릿─ 하고 무언가 날카로운 감각이 나의 몸을 관통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야릇한 긴장감이 온몸으로 뻗어나갔고, 순식간에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슴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는 심장이 어느덧 위험한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뱀파이어도 아닌 그가 어째서 피 같은 것을 원하는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페로몬이라는 것은 결국 호르몬의 일종이고, 호르몬은 피를 통해서 신체에 퍼져나가니까. . . . 피 만큼 그 냄새를 깊이 느낄 수 있는 것도 없겠지. 평소에는 언제나 권태감이 느껴지는 오소마츠의 얼굴이 생기를 띤다. 공허함으로 흐릿하던 눈동자는 이제 막 바다에서 건져올린 새카만 흑진주 같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피가 굳어서 완전히 나오지 않게 될 때까지 전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만큼 그는 내 피에, 정확하게는 오메가의 피에 열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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