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마작을 하며 어울리는 동안 혼자 방에서 책을 읽던 나는 물을 마시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가려던 찰나에 계단에서부터 들려오는 발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누군가 2층에 올라서서 내쪽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붉은색 하오리를 보니 오소마츠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홱─ 하니 방향을 틀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왜 도망쳐버린 걸까'하고 생각하며 문에 기대어 작은 한숨을 내뱉고 있노라면, 머지않아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오소마츠였다. 그는 말 없이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나와 마주섰다. 그리고 여느때와 달리 매우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내가 무서워?"

 나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미안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무서우면 그냥 그렇다고 말해. 앞으로는 더 조심할게."

 그는 늘 그랬듯이 나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 마음을 더욱 죄어올 뿐이었다.

 "왜 입을 다물고 있어. 말하라니까."

 오소마츠를 피하는 것은 내가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그런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괜찮아."

 오소마츠는 손을 뻗어 내 뺨에 가져다댔다. 그의 손끝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 때문에 자기 자신의 행동에 두려움과 망설임을 느낄 만큼 그는 내게 조심스러웠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가슴이 울컥─ 하며 불안함이 사그러들었다. 그제서야 오소마츠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날 무서워한다고 내가 언제 너한테 화를 내든? 사람이 무언가를 무서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건데 뭘 그렇게 주눅들고 그래.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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