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다. 다른 날보다 한참 귀가가 늦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노라면, 아니나다를까 현관 앞에 서서 하얀 연기를 뱉고 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이 보인다.

 "기다리지 말라니까 왜 이러고 있어? 추운데 얼른 들어가자."

 "……."

 최근들어 그가 내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식의 잔소리를 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딱히 내게 관심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이 크게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방법을 이용하게 된 것 뿐이다.

 그는 내쪽에서 먼저 잘못을 뉘우치고 행동을 고칠 때까지 자신으로부터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않는다. 그저 나를 지그시─ 바라볼 뿐. '계속 그러면 질려버릴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그 눈빛이 내게는 100 마디의 잔소리보다 훨씬 무섭다. 내 성격을 잘 알고있는 그가 아주 적절한 생각을 해낸 것이다.

 "오랜만에 조금 멀리 나갔더니 늦어졌어."

 눈동자을 가로 굴리며 멋쩍은 목소리로 말해보지만, 오소마츠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대로 어색한 기류가 계속 흐르는가 하면, 그가 담배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내 얼굴을 향해 후우─ 하고 내뱉는다.

 "케헥! 케헥! 뭐 하는 거야?"

 무심코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내버렸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첫째로 따뜻한 체온, 그리고 둘째로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다. 몸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지만 그 안에서는 날카롭고 예리한 감각이 더할나위 없이 유연하게, 빠르게 퍼져 나간다. 일순간 나의 심장을 덮쳐오는 흥분과 떨림에 손가락 마디가 삐끗삐끗 경련을 일으키고, 머지않아 그것이 야릇한 기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키스가 멈춘 뒤로도 그 기분은 그대로 남아, 한동안 달달한 담배냄새와 함께 나를 몽롱한 상태로 만든다.

 "이게 너한테 얼마나 안 좋은 건지 알아."

 마침내 오소마츠가 닫았던 입을 연다. 나는 저도 모르게 움찔 하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술을 마시는 거 만큼이나, 나도 네가 간접흡연 하는 게 싫어."

 그는 이전보다 조금 빠른 템포로 연기를 뱉은 뒤 상자 안에 꽁초를 구겨넣어 불을 끄고, 담배가 반 정도 채워져 있는 상자의 덮개를 닫아 주머니로 되돌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점점 더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

 "하지만 네가 늦게 오면… 이렇게 벌을 줄거야. 알았어?"

 "네…"

 내일도 늦게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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