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지금 그대로가 좋다고 생각하니까, 별로 '이렇게 해줘'랄 건 없지만 말이야. 굳이 하나를 말하자면…"

 "말하자면?"

 "앞으로는 좀 더 건강에 주의하고, 주변에 이상한 녀석이 어슬렁거리진 않는지 주의하면서 지냈으면 해."

 "이제 20대 중반인 주제에 아저씨의 신년인사 같은 구수한 말을 하는구나. 난 네가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로 시작하는 뭐 그런, 재밌는 부탁을 해오는 걸 기대했는데."

 "아무리 내가 썩었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어도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갔어. 애당초 부탁한다고 해서 들어줄 것도 아니잖아."

 "시시하네─. 속으로 뭔가 시커먼 것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한데─. 나는 확신한다고, 친구─."

 "그게 무슨 실례 되는 말이야. 진심으로 널 걱정해주고 있는 사람을 이상한 변태로 몰고 가지 마."

 "아니… 일본인들은 친구의 앞이라고 해도 언제나 점잔을 빼니까, 무심코 그런 식으로 생각해버린단 말이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다던가."

 "제 눈에는 어른 주제에 겉과 속이 완전히 같은 당신 쪽이 이상하게 보입니다만─."

 "그런가! 이게 문화차이라는 녀석인가!"

 한국이라고 하면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내뱉거나, 욕지거리를 하거나, 장난스레 때리거나 하는 게 흔한 일이니까. 친구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는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곳의 사람들처럼 가까운 사이에도 형식적인 말을 필요로 하거나, 어떠한 일을 당했을 때 도리어 본인이 사과를 해버리거나 하면, 속으로 '뭐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 너머의 의미'를 읽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내가 타지생활을 시작하고서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그다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카라마츠군이나 쥬시마츠 같이 예의가 바른 사람들은 특히, 속을 전혀 알 수 없다. 뭐… 그에 비하면 솔직한 성격인 오소마츠나 토도마츠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가끔은 좋다/싫다라는 말을 확실하게 표현한다든가,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뻔뻔한 얼굴로 도움을 부탁한다던가, 좀 더 시원시원하게 행동해주면 좋을 텐데.

 …

 …

 …

 "그러는 넌 나한테 뭐 부탁할 거 없어?"

 "나도 오소마츠는 지금 그대로가 좋아. 굳이 하나 있다면, 이번주에 산 네 성인잡지 빌려줘─."

 "부끄러움도 없이 정말 대놓고 말하는구만."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