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 있긴 한데…"
"한데?" "지금까지는 네가 불쾌해할까 봐 묻지 않고 있었어." "뭔데 그래?" "네가 먼저 말을 꺼냈으니 당당히 물어봐도 되는 거지?" "지나치게 사적인 것이 아니라면, 뭐─." … … …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보고도 여전히 망설여지는 듯,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시선을 모로 돌린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내 쪽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진다. "너 말야. 어렸을 때… (마침내 입을 열지만, 여전히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어디가 안 좋았던 거야?" "응?" "무슨 병이었냐고. 네가 남기고 갔던 편지에는 무지 아프다고만 적혀 있었으니까, 난 지금까지 자세한 건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 그러고보니. . . . 나는 오소마츠와 재회하고나서 꽤나 오랜 시간을 그와 함께 지냈는데도, 한 번도 자신의 '병'에 대해서 말을 꺼낸 적이 없다. 그야, 묻지도 않았는데 구태여 먼저 얘기를 할 만큼 나에게 있어서 그리 밝은 주제는 아니니까. . . . 말하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것이다. "너 매일 열 나고, 기침하고, 장난 아니었잖아. 그때는 그냥 몸이 약하다고만 생각했지만 그럴 리가 없지. 갑자기 앰뷸런스에 실려갈 정도면…" "사실은 나도 잘 몰라." "에?" … … … 한국에 있을 때 혼자 밖에 나가 놀다가 사고를 당해서 피를 굉장히 많이 흘렸고,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다가 요양을 위해서 일본으로 왔다. 그리고 다시 상태가 악화되어 한국으로 돌아갔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것 뿐. 자세한 것은 나의 부모님과, 내가 일본에 있을 때 나를 돌봐주셨던 은사만이 알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에 대해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생사를 오고갈 만큼 위태로이 앓고 있었으니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담당의사에게 '이제 퇴원해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그대로 도망치듯이 병원을 빠져나온 것이 나의 마지막 '병'에 대한 기억이다. … … … "그럼 무슨 치료를 받았는데?"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그리고… 가끔 묶여 있었어." "묶여? 어째서 묶이는 거야? 스스로에게 뭔가 못된 짓이라도 했었어?" "음─… 기억이 안 나." "에에?" … … …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지만. . . . 그때 나는, 나의 생활은, 안정제를 맞거나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해열제를 주입해도 열이 가라앉지 않고, 머리는 지끈지끈, 몸은 욱씬욱씬, 어느 한 곳도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이 저주처럼 느껴질 만큼, 그때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는 것도, 환자취급을 받기 싫어하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 … … 그런데 내가 무슨 사고를 당했던 건지, 그것 만큼은 아무리 노력해도 떠올릴 수가 없다. 부모님께 물어봐도 '그건 잊어버리는 편이 좋아'라는 말을 들을 뿐. 오소마츠에게 사실대로 털어놓고 싶어도, 기억이 선명해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언젠가 스스로 극복해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 . . 지금으로써는 무리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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