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편안하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뺨을 간질이는가하면 누군가 내 머리를 상냥하게 받치며 내게 키스를 한다. 목에서 어깨로 천천히 내려가는 그 감촉에 의식을 맡긴 채 달콤한 신음을 삼키니, 이번에는 입술과 입술이 만나 나에게 또다른 쾌감을 불러온다.

 커다란 손이 내 허리를 감싸고, 단단한 어깨가 내 가슴을 짓눌러온다. 그러나 이 답답함은 싫은 느낌이 아니다. 오히려 고요하던 마음에 소란을 일으키고, 무감각하던 몸을 민감하게 만든다.

 "누구…?"

 작게 중얼거리며 눈을 떠본다.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붉은 입술이 미소를 띤다. 사람은 익숙한 것에 지루함을 느끼고 새로운 것에 짜릿함을 느끼기 마련이건만, 왜일까, 나는 너무나도 정겨운 친구의 얼굴을 보고 전신이 강하게 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흥분, 그리고 약간의 죄책감이었다.

 "오소마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응, 나야." 그리고 그는 웃으며 내게 대답했다.

 "내가 이렇게 해주길 바랐구나. 그렇지?"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침묵속에 답이 있음을 아는 듯이 나를 지그시 내려다 보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입술을 어루만졌다. 그 모습이 내 시선을 완전히 빼앗았고, 내 안의 쾌감에 대한 욕구를 더욱 커다랗게 성장시켰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알고 있어." 그는 내 귓가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요염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난 네가 원하는 걸 뭐든 할 수 있지." 그의 손은 어느덧 내 옷을 헤치고 땀에 젖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그보다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있는 거야." 평소보다 낮고 침착한, 하지만 관능적인 목소리. 그것은 나의 심장을 거칠게 두드렸다.

 "널 만족시키기 위해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견디기 힘든 유혹이었다.

 …

 …

 …

 환한 빛. 그 안에서 점점 의식이 깨어남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떴다. 어느덧 눈물이 고여 흐릿한 시야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것으로 금새 선명함을 되찾았다.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내가 베고 있는 것이 언제나 사용하는 베개가 아닌 사람의 무릎이고, 내가 꿈속에서 맡았던 짙은 라임향이 내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가짜가 아닌 실제로 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향기였다는 것을.

 "일어났어?" 그는 나를 내려다 보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다만 그 꽃은 노란 해바라기 같은 것이 아닌 새빨간 꽃무릇과도 같은 것이었다.

 "혹시 나… 잠꼬대 했어?"

 "글쎄, 뭔가 듣긴 한 것 같은데."

 조금 전까지 꿈속에서 자신만의 완벽한 연인으로 만들었던 사람을 현실로 돌아와 똑바로 마주보는 것은 상상이상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자신이 자면서 어떤 말을 내뱉었을지를 생각하면 수치스러울 뿐만 아니라 자괴감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악몽을 꿨어." 나는 소매로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닦으며, 가장 그럴싸한 거짓말을 했다.

 "무서운 꿈이었구나─. 그래서 숨을 헐떡인 거구나─. 흐응─."

 확실히 내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오소마츠는 평소부터 내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는 남자였다. 그는 결코 나의 얕은 수작에 넘어가지 않았다.

 "네 꿈에서 나는 꽤 위험한 남자인가보지?" 내 거짓말이 소용없었다는 것은 그의 간사한 미소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 . .

 내가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포털사이트에 '기억 지우는 법'을 검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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