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하루하루 무섭도록 빠르게 흘러가고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집에서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개거나, 이따금씩 취미생활을 하는 것 뿐이다. 문너머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외출에서 돌아온 오소마츠가 방으로 들어와 내 책상 위에 작은 봉투 하나를 내려놓았다. 내가 아침에 현관에서 부탁했던 먹거리들이었다. 그는 내가 집밖에서 무언가 입에 넣는 것을 싫어하지만 내가 '이게 먹고싶어'라고 콕 집어 말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사다주곤 했다. 나는 봉투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를 꺼내 그자리에서 뜯고는 아이처럼 입을 우물거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오소마츠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뭐하고 있었어?"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어."

 오소마츠는 잠시 표정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요즘에는 메일 한 통이면 다 해결되는데, 왜 애써 수고를 하면서 손편지를 고집하는 거야?"

 "부모님께서 전자메일을 사용할 줄 모르시거든. 언제나 직접 쓴 편지를 받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하는 거야. 국제메일을 받았을 때의 설레임도 있고… 읏!"

 나는 내 어깨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려 하는 오소마츠의 손길에 잠시 아픔을 호소했다. 욱씬거림이 날아가지 않고 뼈까지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오소마츠의 손이 맵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참, 저번에 카라마츠가 그러더라. 내 글씨체가 너랑 똑같다고."

 "헤에─. 어디 한 번 써 봐."

 오소마츠는 내게서 손을 거두고 책상을 짚었다.

 "자."

 나는 빈종이에 글씨를 적은 뒤 옆으로 비켜앉아서 그가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하핫, 진짜네. 근데 이건 내 어렸을 적 글씨체라서…"

 그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지금은 달라?"

 "조금이지만… 봐."

 오소마츠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펜을 집어 짧은 문구를 적었다. 離れてくるとそこが家であり、(떠나오면 그곳이 집이요, ) 世話をしてくれる人があればその人が家族だ。(돌봐주는 이가 있다면 그가 가족이다.) 나는 말없이 그 문구를 바라보다가 오소마츠를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종이 위로 시선을 옮기니, 내가 쓴 글씨와 똑같은 듯하면서 사뭇 다른 모양새가 눈에 띄었다. 확실히 좀 더 바르고 정교해진 것 같았다.

 "옛날 거는 딱 봐도 엄청 서툴잖아. 뭘 이런 걸 다 닮아─."

 그가 장난스레 내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그래도 난 마음에 드는데. . . .

 "혹시 최근에 사용한 노트 있어?"

 "있지."

 "빌려줘."

 "쓰기 연습하게?"

 "응."

 "알았어. 잠깐만─?"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

 …

 "여기."

 방에 다녀온 오소마츠가 내게 공책을 건네주며 말했다. 헤실헤실 웃는 나를 보며 그도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노트를 잠시 훑어보다가 그것으로 얼굴을 덮었다.

 "이 노트에서 네 냄새가 나."

 땀냄새도 조금 나는 것 같지만 그것 마저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

 오소마츠는 잠시 말이 없었다. 문득 그의 손이 뒤통수를 감싸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그대로 내 머리에 살며시 이마를 기대었다.

 "내 노트를 보지 않고 똑같이 쓸 수 있게 되면 상을 줄게."

 "정말? 무슨 상?"

 "그때 가면 알게 될 거야."

 나는 저도 모르게 '아자!'를 외쳤다.

 "앞으로 짬이 날 때 마다 연습해야지."

 오소마츠는 '힘 내' 하고 말하며 그런 내 머리를 또 한 번 상냥하게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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