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그건 불공평하지."

 토토코의 집에 놀러와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시 한숨을 돌릴까 해서 그녀와 나란히 침대에 누웠는데, 그대로 꽤 오랜 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조금 진지한 주제에 대해서도.

 "하지만 토토코는 처음에 그런 법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아."

 "어떤 이유? 어떻게 생각해도 남편이나 부인은 한 명으로 충분하잖아."

 "네 말대로 결혼은 한 번으로 족해. 하지만 그건 알파와 베타, 혹은 알파와 오메가가 만났을 때의 얘기야."

 나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머지않아 토토코의 말을 이해했다.

 "그런가… 알파와 알파 사이라면 설령 남성체와 여성체라고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2차변화를 통해 오메가에서 알파로 변하는 것 만큼이나 드문 일이라고,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 마디로 극악의 확률인 것이다. 민간에서는 일부러 알파 간의 교제를 꺼린다지만 상류층 사람들의 경우에는 알파끼리 혼인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그들에게 대를 잇기 위한 다중혼은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태껏 그 제도가 알파들이 만들어낸 폐단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

 문득 옆을 돌아봤을 때 토토코의 얼굴이 쓸쓸해보여서,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물었다.

 "저기… 토토코는 너와 같은 젠더인 알파를 좋아하게 된 적 있어?"

 "응."

 그녀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중학생 때 반에서 유일하게 알파인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좋아했었어. 언젠가 그 애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변화 후에는 꼭 오메가가 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을 만큼."

 "……."

 하지만 토토코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알파가 되었으니까. 문득 '나는 오메가가 되어도 딱히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하고 말하며 태연하게 웃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언제나 강한 모습의 토토코에게 설마 그런 아픈 추억이 있었을 줄이야. 매번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지만 알파에게는 오메가인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비애가 있다. …만약 내가 토토코나 이치마츠와 같은 열성이었다면, 알파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도 오소마츠와 친구이상의 관계 같은 것은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시 토토코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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