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딱히 친구의 앞에서 당당히 BL을 읽는 것이 평범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했다가 오소마츠에게 한 번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정말 혼자 있을 때 은밀하게 보려고 했다. 구태여 책을 거실로 가지고 나온 것은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으니까, 기왕이면 넓은 곳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주방에서 차를 내리는 사이 외출했던 쵸로마츠가 돌아와서 거실에 앉아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코타츠에 다리를 집어넣고 있는 그를 봤을 때는 당황했지만, 쵸로마츠라면 딱히 상관없겠거니 싶어서 그냥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그러한 상황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다만 깨닫고보면 어느덧 쵸로마츠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불편해?"

 "아니, 딱히. 그런 건 개인의 취향이니까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역시 쵸로마츠는 이해해주는 건가. 나는 그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책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그러자 잠시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어느정도는 나도 흥미가 있어."

 "에, 진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쵸로마츠를 바라보았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냥 어떤 내용이길래 여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궁금한 정도의 흥미야."

 "헤에─. 같이 볼래?"

 "수위본?"

 "아니, 전체연령가야."

 "그럼 좋아."

 그는 내 옆으로 다가와 나와 바짝 붙어 앉고는 내게 몸을 살짝 기대었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내가 혼자서 읽고 있던 책을 나와 함께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그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문득 '흐음…' 하고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와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나는 애써 다시 책에 집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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