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결혼식이 있는 날. 나는 깔끔한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악세사리를 달았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이라도 더 점잖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기로 했다. 치장에 그다지 흥미가 없어서 솔직히 귀찮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가끔은 그런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여자이고, 가끔은 평소보다 화사해진 자신의 얼굴을 보고 싶었으니까.

 "이야~ 쵸로마츠는 남자인데도 콤팩트를 사용하는 게 능숙하네~"

 "tv에서 여자들이 하는 걸 봤으니까…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 뿐이야. 이렇게 하는 거 맞지?"

 "응, 응. 거기서 좀 더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는 느낌으로 톡톡 두드려줘."

 "그러니까, 어째서 나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 거야. 거울을 보면서 직접 하는 편이 낫지 않아?"

 쵸로마츠는 미간을 좁힌 채 궁시렁거리면서도 나와 다소곳이 마주앉아 손가락에 끼운 작은 콤팩트로 내 얼굴을 나름 정성스럽게 두드려주었다.

 "유명한 뷰티샵에는 이상하게 남자아티스트들이 많잖아. 나도 한 번 쯤은 남자에게 화장을 받아보고 싶었어."

 "하여간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건 세계 1등이라니까."

 "쵸로마츠도 재밌지 않아?"

 "재밌을 리 없잖아."

 그렇다고 해도, 쵸로마츠는 재미가 있든 없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한해서 만큼은 언제나 진지했다. 나는 그런 쵸로마츠를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다.

 "이제 충분한 것 같은데."

 "뽀샤시해졌어?"

 "응."

 나는 손거울을 한 번 슥 쳐다보고는 파우치 안에서 립스틱을 꺼냈다. 립스틱이라기보다는 원래 보습을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립밤이었지만 바르고나면 입술이 빨갛게 변했다. 내가 립밤을 다시 파우치로 돌려놓고서 입술을 오물거리는 동안 쵸로마츠는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고 있었다.

 "결혼식이라면 금방 끝나지?"

 "글쎄, 피로연까지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너무 늦지 않도록 해. 형이 걱정하니까."

 "네─."

 화장이라봤자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화운데이션으로 잡티를 가리는 것과 립스틱을 바르는 것이 전부. 나는 마지막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뒤 '이정도면 됐어'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내가 했을 때보다 나은 것 같은데? 쵸로마츠 소질 있어."

 "그런 소질 필요없거든."

 "왜? 나중에 결혼하고나서 부인이 외출준비를 할 때 거들어줄 수 있잖아. 여자들은 보통 남자보다 시간이 배로 걸리니까."

 "난 특별한 이유도 없이 화장 따위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여자랑 결혼 안 할란다."

 나는 미소를 쓴웃음으로 바꾸고는 조용히 파우치를 정리했다.

 "하지만…"

 그때 쵸로마츠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오늘 좀 예쁘다."

 그는 시선을 모로 향한 채 나지막이 말하고는 얼굴을 조금 붉혔다.

 "헤에─."

 언제나 잔소리만 들어서 그런지, 쵸로마츠에게 칭찬을 들으면 유독 기분이 좋다. 게다가 예쁘다니. 그것은 여자에게 있어서 최고의 칭찬이 아닌가. 나는 기뻐서 함박웃음을 지을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그리고 그 후로도 어쩐지 흐뭇한 기분이 드는 것을 겉으로 티내지 않기 위해 애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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