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로마츠는 마지막으로 형제의 눈물을 본 게 언제야?"

 "작년 겨울에 등유 가져올 사람을 정할 때 모두 토도마츠를 심하게 몰아붙여서 녀석이 울었었지."

 "그런 류의 눈물 말고, 가슴으로부터 슬픔이 북받쳐올라서 흘린 눈물 말이야."

 쵸로마츠는 '흐음' 하고 작게 한숨을 쉬며 눈동자를 굴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문득 그가 손에 쥐고 있던 책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쥬시마츠가 여자아이와 헤어졌을 때려나."

 그는 흘러내린 책을 다시 똑바로 쥐고는 읽고 있던 페이지로 시선을 되돌렸다.

 "나한테 그런 거 물어보지 마. 사람의 약한 부분을 멋대로 떠벌리는 건 좋지 않다고."

 "약한 부분이라고 해도 우는 건 딱히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남자는 태어나서 딱 3번 운다. 그것은 옛날 모두가 살기 힘들었을 때 어떤 괴로운 일도 묵묵히 견뎌내는 부동의 가장이 이상적인 남성상이었기에 생겨난 말이다. 남녀관계없이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하고 가정을 책임지는 현대에 들어서는 딱히 남자만 항상 그런 부담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눈물도 하품이나 재채기 같은 생리현상중 하나이고, 다른 무엇보다 그것은 사람의 '감정'과 깊은 연관이 있기에 중요하다. 나는 남자가 아니라서 그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이 괴로울 때는 주변 사람들과 슬픔이나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쵸로마츠의 말대로 사람에 따라서는 자신의 약한 부분을 타인에게 내보이길 원치 않는 사람도 있으니, 항상 나로부터 의식적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여건상 모든 사람에게 집중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언제나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과 친구에게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

 …

 …

 "카라마츠는 마음이 여려서 워낙 자주 우니까 솔직히 잘 모르겠고… 이치마츠가 고등학생 때 방에서 혼자 우는 걸 본 적이 있어. 혼자 있고 싶은 것 같아서 이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때 자신이 오메가라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을 거야. 그녀석 옛날부터 영원히 감마로 남고 싶다던가, 남자구실도 못하는 오메가는 죽어도 싫다던가, 그런 말을 했었으니까… 상당히 괴로웠겠지. 나는 이치마츠가 진정할 때까지 문앞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석 계속 이렇게 중얼거렸어. '어째서 나만…', '왜 하필이면…', '싫어…'"

 문득 이치마츠가 아직 오메가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치마츠는 알파 뿐만 아니라 오메가가 되는 것도 싫어했구나.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에게 과거에 대한 일을, 특히 자신에 대한 일을 그다지 들었던 적이 없었기에 몰랐다.

 '남자구실도 못하는 오메가'라… 혹시 그 시절 이치마츠도 토토코와 같은 아픔을 겪었던 것은 아닐까.

 가뜩이나 괴로운 오메가의 삶이다. 감히 예상컨대, 아마 토토코보다 훨씬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알파에게는 뭐가 어찌 되든 최종적으로 '다중혼'이라는 출구가 있지만, 오메가에게는 그것 조차 허락되지 않으니까.

 "그리고?"

 "?"

 "한 명 빠졌잖아."

 "아… 오소마츠형 말이야?"

 쵸로마츠는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용히 책을 덮었다. 다른 형제들의 이야기를 할 때와는 사뭇 다른 진지함이 그의 얼굴에 비치고 있었다.

 "형은 너도 알다시피 힘들면 힘들 수록 자신을 스스로 옥죄는 경향이 있어. 그것도 아주 혹독하게 말이야. 어렸을 때 이후로는… 형이 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확실히 내가 기억하는 어렸을 때의 오소마츠는 마음과 말과 행동이 언제나 일치하는, 한결같이 솔직한 아이였다. 그의 얼굴에는 항상 기쁨, 슬픔, 분노, 우울 등의 감정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채롭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그는 옛날과 상당히 다른 의미로 한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언제나 아이처럼 응석을 부리지만, 진짜 힘들 때는 결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한 감정이 스스로 잦아들 때까지 혼자서 묵묵히 기다릴 뿐.

 "……."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아까까지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던 쵸로마츠가 어느덧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래?"

 "아니……. 새삼스런 얘기지만……."

 그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 흩트러진 자세를 고쳐잡으며 무릎 위에 놓인 책을 의미없이 내려다보았다.

 "네가 그 철벽 같은 인간을 울린……. 유일한 여자라는 걸 생각하면……. 녀석이 옛날부터 왜 그렇게 너에게 집착을 했는지 알 것도 같아서."

 "……."

 "어렸을 때부터 형의 파트너였던 나였지만,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워. 너에 대한 녀석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녀석에 비하면 나는……."

 그는 말끝을 흐렸다가 문득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뭐, 지금은 나도 널 꽤 아끼고 있지만."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형을 소중히 대해주도록 해."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보답해줘."

 "그게 힘들면……. 적어도 위로해줘."

 "많이 힘들었으니까."

 그가 내게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는 웃음을 지어보였을 때, 나는 그에게서 오소마츠의 모습을 보았다. 쵸로마츠가 아닌, 오소마츠가 내게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표정과, 눈빛과, 목소리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이 너무나도 절절했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그냥 내 기분탓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나는 새삼 이런 생각을 했다.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있어서 정말……. 일생 변하지 않는 '파트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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