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런 셈이지, 나랑 오소마츠형은.”
모두가 외출을 하고 쵸로마츠와 단둘이 집에 남아 책을 읽게 되었다. 방이 매우 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가 좀처럼 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던 나는 저도 모르게 똑같은 부분을 몇 차례 반복해 읽다가 팔랑- 하고 쵸로마츠가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깨닫고보면 어느덧 내 머릿속은 책의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소마츠와 쵸로마츠는 여섯명이나 되는 형제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서로 相棒(파트너)가 된 걸까.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잠시 그만두기로 하고 쵸로마츠에게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렸을 때는 어디엘 가든 무얼 하든 항상 함께였어. 얼굴 뿐만 아니라 성격도 완전히 똑같았거든. 형이 좋아하는 건 나도 좋아하고, 형이 싫어하는 건 나도 싫어하고, 동시에 웃고, 동시에 울고…….” 쵸로마츠는 말끝을 흐리며 잠시 회상에 잠기는 듯하더니 고개를 살짝 기웃거리며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여전히 웃음기가 어린 얼굴로 읽고 있던 책의 페이지를 또 한 장 넘기며 내게 말했다. “내가 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응.” “만약 그때 너랑 내가 실제로 만났었더라면, 분명 나도 널 좋아하게 됐을 거야.” “에?”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묘하게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쵸로마츠가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 “형은 우리에게 종종 너에 대한 얘기를 해주곤 했었거든. 형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나는 덕분에 네 얼굴은 몰라도 너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알고 있었지. 형은 네 얘기를 할 때 마다 굉장히 즐거워보였는데, 마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어……. 당시에 우리는 하나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런 형을 보고 있으면 형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내게 옮는 듯 해서 나도 즐거워졌어. 어느 순간 깨닫고보니, 내가 형과 완전히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더라고.” “…….” 쵸로마츠는 다시 책을 읽는 것에 집중하려는 듯하다가도 고개를 들어 가을의 강한 햇살이 비추고 있는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아득한 빛을 바라보며 생각을 고르는 동안, 나도 하얗게 물든 그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널 처음 봤을 때 말야……. 기분이 참……. 묘하더라.” 마침내 쵸로마츠가 닫혔던 입을 열고 나를 돌아보는가 하면, 문득 구름이 태양을 가리며 방안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는 눈이 부셔서 반쯤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떴다. 그제서야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드디어 다시 만났구나- 하고 엄청난 안도감이 느껴지면서도, 언제까지일까- 라는 생각에 불안하고, 초조하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싱겁게 웃더니 그대로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듯이 내게 말했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도, 그렇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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