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찜통 같은 더위에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은, 확실히, 제멋대로인 것을 넘어서 심보가 고약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장을 보고나서 무거운 짐까지 들게 해놓고는 한다는 소리가 업어줘, 라니. 내가 쵸로마츠여도 빠직─ 하고 일순간 머리에 혈압이 오를 것이다.

 "오늘만 부탁할게. 응?"

 능청스레 웃으며 그의 앞에서 어깨를 흔든다. 사실,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다.

 아까부터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땀을 흘렸더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현기증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 조차 없다.

 이놈의 저주받은 몸뚱아리! 이놈의 몸뚱아리! 아무리 제 자신에게 매질을 해보아도, 늘 그렇듯 내 몸은 듣지 않는다.

 이제 눈까지 침침해지기 시작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쓰러지고 만다.

 "자."

 쵸로마츠가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내게 등을 내어준다. 양쪽 손목에 걸고 있는 두 개의 봉투가 바닥에 닿으면서 털썩─ 하고 둔탁한 소리를 낸다. 짐을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텐데, 정말 괜찮은 걸까. 자신이 말을 꺼내놓고도 선뜻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빨리 업혀. 걱정하게 만들지 말고."

 미안함에 입술을 꽉 깨물며 조심스레 쵸로마츠의 등에 업힌다. 그의 등은 생각보다 넓고, 든든하다. 일어설 때도, 앞으로 나아갈 때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새삼스레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쵸로마츠도 남자는 남자다. 언제나 잔소리 뿐이라 응석을 부리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의지가 될 때는 확실하게 되어준다.

 "너는 날이 좀 서늘해질 때까지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나 무겁지 않아…?"

 "무겁다고 하면 또 다이어트 하려고?"

 그가 농담을 하듯이 웃는다. 내게는 그 웃음소리가 괜찮다는 말로 들린다. 그래서 안심이 되면서도 미안함이 더욱 커진다.

 "전에 너 다이어트한다고 했다가 형이 제대로 빡쳤던 거 기억하지? 또 소란스럽게 만들지 말고 얌전히 있어. 알았어?"

 "응…"

 "좀 무겁긴 하다만─."

 "역시!"

 "이 정도 무게도 나가지 않으면 그게 깃털이지 사람이냐?"

 "……."

 낯간지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쵸로마츠. 벽창호 같은 성격인 그도 최근에는 이렇게 많이 능청스러워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 와중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나는… 정말 못 말리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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