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츠노가에서 생활하게 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자신이 과거에 누릴 수 없었던 인간관계나 그 밖의 것들을 이곳에서 얻었고, 여태 그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나는 지금도 이따금씩 외로움 따위를 느낀다. 딱히 평범함 이상의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나의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같이 살고 있다 해도 나는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의 기분을 읽을 수 없다. 내가 이따금씩 그에게 달라붙어서 체온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불안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쵸로마츠, 잠깐 실례할게."

 "?"

 쵸로마츠는 두 손으로 책을 쥐고 있었다. 나는 상체를 낮추어 그에게 기어가서, 책의 안쪽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리고 앞으로 돌아앉아, 그의 따뜻한 품에 안겼다. 아니나다를까 곧바로 머리맡에서 뭐하는 거야, 하고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대답없이 두 눈을 감았다.

 "곧 형이 돌아올 거야."

 그 말을 듣고 양심이 찔렸다면,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이미 오소마츠에게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누가 뭐래도 이건 아니라고,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나에게 떳떳하지 못할 이유 같은 것은 없다. 그도그럴 것이 오소마츠는. . . .

 "오소마츠는 나한테 한 번도 진지하게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

 "알아."

 나는 쵸로마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가 책을 내려놓고 내 허리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안았다기보다는 받쳤다는 느낌이 더 강했지만, 어쨌든 그것은 내게 있어서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언제나 나를 대하는 쵸로마츠의 태도는 일단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었고, 나 또한 그것에 지칠만큼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도 말 한 적 없지."

 쵸로마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조금 전에는 한 쪽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두 팔이 모두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는 내 어깨 위에 코를 묻고 나의 체취를 들이마셨다. 나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평소에 나를 그렇게나 철저하게 멀리하면서, 어째서. . . .

 "네가 형하고 이어지면 우린 언젠가 가족이 돼. 진짜 가족─. 넌 그걸 원해?"

 "아니, 원치 않아.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나도 그래."

 그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사실 나는 상당히 어두운 본심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이 될 바에는 차라리 영원한 친구가 되는 것이 낫다고. 하지만 쵸로마츠가 이런 내 기분을 이해해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나와 오소마츠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니까. 언제나 형, 형, 하며 나를 밀어내왔으니까. 지금까지도 그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내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아─, 나는 쵸로마츠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정말 읽을 수 없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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