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반나절 동안을 이불속에서 시름시름 앓았다. 어젯밤부터 계속 몸에서 한기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오늘 아침엔 속이 울렁거려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사실 별로 먹고 싶지 않았지만 오소마츠가 걱정할까 봐 억지로 밀어넣었다. 처음에는 분명 무언가 또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그럴만한 시기가 아니었다. 엄청 춥고, 엄청 아픈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짚히는 것이 있다면 여태껏 잘 낫고 있던 상처들이 계속 따끔거린다는 것. 나는 의아함에 거울앞에서 옷을 슬쩍 내려봤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날 알파들의 이빨에 물렸던 곳들이 어째서인가 모두 새까맣게 멍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병원에 가야할지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일단 집에 있던 쵸로마츠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하고 그에게 멍을 보여주었다. 그는 갑자기 몸상태가 나빠지거나 하면 상처가 생긴 뒤 한참 지나서도 멍이 생길 수 있다며, 가끔 있는 일이니 너무 걱정말라며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그 다음에 어째서 제대로 치료를 해두지 않았느냐고 잔소리를 들었지만, 내가 앓고 있는 와중에는 쵸로마츠도 그다지 혹독하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상냥했다고 해야 맞을까. 그는 능숙한 손길로 내 상처를 직접 소독해주고, 약을 발라주었다. 그리고 오늘 가사일은 자신이 할 테니 푹 쉬라며 두꺼운 이불을 꺼내 덮어주었다. 덕분에 잠을 자는 동안 땀을 잔뜩 흘린 나는 날이 저물 때 즈음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은 뒤 나는 쵸로마츠에게 불려서 형제들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보니 쵸로마츠 뿐만 아니라 오소마츠, 카라마츠, 이치마츠의 얼굴도 보였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쵸로마츠가 앉으라며 자신의 옆자리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쵸로마츠는 왠지 모르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서 단단히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런 그의 앞에 세 남자가 나란히 정좌를 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무거운 분위기. 나는 조용히 쵸로마츠가 정해준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니나다를까, 그로부터 잠시후 쵸로마츠의 폭풍잔소리가 시작됐다. 대상은 내가 아닌 남자들이었다. 그러나 쵸로마츠의 목소리톤이 평소보다 더 차갑고 무서워서, 나도 그들과 함께 위축되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그……. 쵸로마츠 너도 가끔 러트가 오니까 알파의 기분을 알잖아……. 한 번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하면 참을 수 없게 된다고…….”

 “나는 참는 게 귀찮아서 그냥 물고 있지만.”

 쵸로마츠는 변명 따위 집어치우라며 오소마츠에게 윽박을 지르고, 뻔뻔한 태도로 나오는 이치마츠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한편 남아 있는 또 한 명의 알파인 카라마츠는──

 “나는 반성한다. 미안하다, 시스터.”

 그는 매우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게 사과했다.

 “이, 이이이 위선자자식─!!!”

 “죽어, 쿠소마츠─!!!”

 쵸로마츠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오소마츠와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에게 마구 발길질을 해댔다. 이윽고 당황한 카라마츠가 두 팔로 몸을 감싸며 ‘어어억’하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쵸로마츠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잠시후, 고개를 홱! 들어올리며 여전히 소란스러운 알파들을 향해 그 어느때보다 더 무서운 얼굴로 소리쳤다.

“닥쳐──!!!!!!”

 집안이 떠나갈듯이 울려 퍼지는 그 강렬한 파동에, 나와 세 남자는 동시에 허리를 곧추세웠다. 덧붙여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네놈들 전원 이 녀석의 상처가 전부 낫기 전까지 물기금지다. 어기는 녀석은 드럼통에 가둬서 바다에 던져 버릴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카라마츠나 이치마츠와 다르게 비교적 하이톤에 속하는 쵸로마츠의 목소리가 묵직한 저음으로 변하니, 그 살벌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

 …

 …

 어떤 의미에서 형제들 중 가장 무서운 사람은 쵸로마츠일지도 모른다.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