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쥬시마츠가 내려주는 차를 곁에 두고 책을 읽으며 여유로이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장보기를 끝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뜻밖의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현관에서부터 쌔-한 분위기가 느껴지는가 싶더니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쵸로마츠와 오소마츠가 다툼을 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니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그들의 다툼은 평소와 달랐다. 서로에게 얼마나 불만이 쌓여있던 건지, 가벼운 다툼이 주먹다짐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방의 문을 열었을 때 하나같이 고개를 모로 돌려 나를 외면했다. 각자 서로의 얼굴에 아주 멋드러진 상처를 하나씩 만들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어른이 돼가지고 유치하게 싸움질이나 하고 말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

 “난 딱히 잘못한 거 없다, 뭐.”

 구급상자 안에서 깨끗한 솜과 소독약을 꺼내 쵸로마츠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던 나는 오소마츠가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잠시 움찔거리는 듯하더니 새침한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잘못한 게 없어? 이 입술 좀 봐! 완전히 뭉개졌잖아! 얼마나 세게 때렸으면 이렇게 돼?”

 “먼저 열받게 한 쪽이 나쁜 거야.”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또 한 번 오소마츠를 째릿 노려보았다가 쵸로마츠의 상처로 시선을 되돌렸다. 그러자 오소마츠가 말했다.

 “것보다 그쪽만 너무 신경쓰는 거 아냐? 나도 다쳤거든?”

 “…….”

 “저기요, 저도 아까 얻어맞아서 보이지 않는 곳에 멍 엄청나게 생겼거든요? 그녀석 약아빠져서 언제나 옷에 가려지는 부분만 때린다고!”

 “시끄러워! 지금 꼴도 보기 싫으니까 혼자서 치료하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썩을 장남!”

 걱정이 되는 것은 물론 오소마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어렸을 때부터 툭하면 싸움질을 해대서 때리는 일에도 맞는 일에도 도가 터 있는 녀석이고, 쵸로마츠는 그런 것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남자다. 나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쵸로마츠에게 주먹을 휘두른 오소마츠가 미웠다. 먼저 손을 댄 사람은 쵸로마츠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른이고 형이라면 참았어야 했다.

 오소마츠는 ‘너무해…….’ 하고 중얼거리더니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꽤나 의기소침한 것 같았다. 그러자 문득 치료를 하고 있던 입술이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쵸로마츠가 조소를 터뜨렸다.

 “너는 뭘 잘했다고 웃어? 너도 똑같아!”

 발끈한 나는 소독약이 묻은 솜으로 쵸로마츠의 입술을 마구 지져댔다. 이윽고 ‘아야야야얏!‘ 하고 그가 아픔을 호소했다.

 “형의 기분이 안 좋으면 살살 달래서 풀어줘야지, 왜 거기서 또 라이징하는 거야? 응?!”

 나의 거친 손동작이 멈추고 쵸로마츠가 입을 다물자 세 사람의 사이에 곧 무거운 침묵이 찾아왔다. 묵묵히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있노라면 문득 꼬르륵 하고 배꼽시계가 울어대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둘 다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었지? 뭔가 먹을만한 것을 만들 테니까 이따 부르면 밑으로 내려와.”

 그들은 내가 방을 나서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까지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또 한 번 발끈해서 그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또 싸우기만 해! 둘 다 평생 안 볼 거야!”

 그러자 이번에는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네…….”

 나는 마지막까지 경고의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다가 복도로 나와서 문을 닫았다. 그로부터 잠시후, 닫힌 문 너머로부터 두 사람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저기, 쵸로마츠.”

 “왜?”

 “잠깐 할 얘기가 있는데.”

 “그래, 무슨 얘기든지 지금 전부 하는 게 좋을 거야. 이제 때릴 기운도 없으니까.”

 …

 …

 …

 엿듣기는 좋지 않으니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물어보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1층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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