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럴 수 없다고.'
이번에도 분명 그런 대답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끈질기게 조르는 것이 지겨워서 그냥 무시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쵸로마츠의 반응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외투를 걸친 뒤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뭐해? 안 가?" 나는 속으로 의아함을 품으면서도 기대 반 불안함 반의 심정으로 카디건을 걸치고 쵸로마츠를 따라 나섰다. 우리가 향한 곳은 늘 그랬듯이 치비타씨의 포장마차였다. 치비타씨는 언제나 사이다만 홀짝거리는 내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았다. 스스로의 행동에 낯선 기분이 드는 것은 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30분 정도 흘렀을까, 문득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어떤 남자가 내 팔을 덥썩 붙잡았다. 몽롱한 기분에 멍하니 잔을 내려다보다가 번뜩 정신을 차린 나는 고개를 들어 그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오소마츠가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 음주를 끔찍이 싫어하는 만큼, 평소의 그답지 않게 단단히 화가난 듯 보였다. "내가 말했지? 누구든지 화장시켜버리겠다고." 오소마츠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내가 아닌 쵸로마츠를 향해있었다. "진정해. 술 몇 잔 마신 걸로 내일 당장 어떻게 안 되니까." 쵸로마츠가 의외로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잔을 기울였다. 오소마츠도 오소마츠였지만 오늘의 쵸로마츠 역시 평소의 그답지 않았다.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직접 얘기해. 이렇게 다른 사람 이용해서 내 신경 긁어대지 말고." 오소마츠가 말했다. 문득 차가운 밤바람이 세 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다. "딱히 내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야… 지금 형이 하고 있는 거 걱정이 아니라 집착이야." 나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손만 꼼지락거리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쵸로마츠가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소마츠에게 다가갔다. 그는 오소마츠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살며시 그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새 잔을 꺼내서 그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형이 그녀와 사귄다면 그건 집착이 아니겠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쵸로마츠는 상체를 숙여 오소마츠의 귓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데도 내게는 그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는 말을 끝마친 뒤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자리에 돌아갔다. 한편 오소마츠는 눈동자를 모로 굴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문득 고개를 돌린 그에게서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오는 듯했다. "젠장…" 그 이후로 그는 더이상 쵸로마츠를 탓하지도, 그에게 화를 내지도 않았다. 다만 집으로 돌아갈 때, 내게 팔을 두르며 걸을 때, 그의 손이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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