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그런 말이 듣고 싶은 건데?"

 "일본남자가 서툰 발음으로 さらんへ라고 말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그런 거… 네가 농담삼아 아이시떼루라고 말할 때도 마찬가지야. 愛知ってる(사랑 알고 있어)로 들린다고."

 "그러니까 말해줘. 나도 해줬잖아."

 "시킨 적 없어."

 "얼른─."

 그는 한숨을 내쉬며 책을 내려놓은 뒤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사 랑 해. 됐어?"

 "되긴 뭐가 돼. 날 보고, 좀 더 진지하게!"

 이윽고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사랑해."

 하이톤의 목소리가 돌연 로우톤의 차분한 목소리로 변하는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뛰었다. 나는 그대로 한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다음은 (한국어로)너밖에 없어라고 해줘."

 "그게 무슨 뜻이야? 발음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런가… 그럼 일본어로라도."

 한국어든 일본어든 그런 건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말의 의미니까.

 …

 …

 …

 "お前しか見えない。(너밖에 보이지 않아.)"

 "……."

 나는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서둘러 두 손으로 감쌌다. 그런 나를 보고 쵸로마츠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랑해란 말보다 두번째 것이 더 맘에 들었나보네."

 "으, 응… 너, 언제나 나를 '君(키미)'라고 부르잖아. 그런데 갑자기 'お前(오마에)'라고 하니까… 뭐랄까, 엄청 두근거렸어."

*お前 : 기본적으로 '너'라는 뜻이지만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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