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고많은 사람들 놔두고 하필이면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건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의 반응은 여지없이 차가웠다. "쵸로마츠가 해줬으면 하니까 쵸로마츠에게 부탁하지. 달리 누구에게 부탁하겠어?" 자신이 쵸로마츠에게 냉대를 받는것이 단순히 짓궂은 장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히려 나는 그 앞에서 뻔뻔해질 수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냉정하게 구는 타입의 남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가 나를 여느 여자들과 다르게 대하는 것이 마음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하여금 자신에게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진심에 가까울 수록 오히려 입을 다물고 시침을 떼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쵸로마츠의 이면이기 때문이다. 쵸로마츠에게 있어서 쌀쌀맞은 태도, 곤란함의 표현 등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응', '그래'같은 대답을 돌려주는 것보다 훨씬 호의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의 그러한 점이 싫지 않았다. 아니, 매력을 느꼈다. "그러니까, 왜 나한테 그런… (그는 쑥스러운 듯 내 시선을 피하고 입술을 잘근 깨물다가 말을 이었다.) 그런 게 받고싶은 거냐고."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알고있는 건 오로지 그렇게 함으로써 네가 나를 기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뿐이야." "내가 왜 널 기쁘게 만들어야 되는데?" "누군가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언젠가 보상받게 되어있으니까." "무슨 보상?" "그건 나도 모르지, 아직은." "……." 그는 새초롬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두눈은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 대신 나에게 많은 말들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만좀 해.', '정말 곤란하단 말야.', '입맞추는 행위자체가 좋은거야? 아니면 내가 너에게 입맞추는 게 좋은거야?', '만약 내가 너에게 입맞춘다고 해도 그건 내 의지이지 결코 네게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야. 보상 같은 건 필요없어. 그런건 바라지 않는 편이 나아.'──어쩌면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내가 그의 생각을 올바르게 읽은 것이 맞다면, 그것은 내가 눈앞의 남자를 보다 친근하게 느끼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그리고 그 친근함으로 인해, 어엿한 남성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진심으로 귀엽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네가 바보처럼 굴지 않았기 때문에 해주는 거야." "물론, 그정도는 알고있지." "이리와." 쪽─. 젊은 남녀가 살결을 부딪혀 만들어낸 것치고는 너무 앙증맞은 그 소리에, 나는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면서도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유치한 자신에 대한 작은 환멸이기도, 갖갖은 술수 끝에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받아냈다는 사실에 대한 환열이기도 했다. "남자에게 뽀뽀받고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너 밖에 없을거다." "그야 나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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