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빈둥거리며 책을 읽고 있자니 출출함이 느껴진다. 나는 읽고 있던 책을 바닥에 던져버린 뒤 먹을 것을 찾아보려고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걷는 내내 주방으로부터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아니나다를까, 모퉁이를 돌자 허리에 앞치마를 깔끔하게 두른 쵸로마츠가 무언가를 굽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스렌지 옆에 놓인 둥근 그릇에 담겨 있는 것은 눈으로만 봐도 배가 부를 것 같은 산적이었다.

 착-! 나는 쵸로마츠에게 손등을 얻어맞고 아픔을 호소하며 멋쩍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그가 나를 저지한 이유는 내가 멋대로 음식을 먹으려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더러운 손을 댔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젓가락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동물과 다름없다고 한다. . . .

 그럼 인도의 사람들은? 하고 한 번은 딴죽을 걸어보았다. 그러나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결국 쵸로마츠의 눈에 비치는 나는 그냥 '동물'이었다.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만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라는 존재의 그레이드가 한순간에 미개한 수준까지 내려가 버린 것이었다.

 "접시 갖고 와. 먹을만큼 덜어줄 테니까."

 "네…"

 그 뒤로는 말할 것도 없이, 쵸로마츠가 직접 두 손을 씻겨주고 소독제를 발라주었다.


<제작> Copyright ⓒ 공갈이 All Rights Reserved.
<소스> Copyright ⓒ 카라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