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쓸데없는 짓 한다."
"쵸로마츠를 위해서 입은 거야." "의미를 모르겠어." "기쁘지 않아?" "않아." … … … 인터넷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냐짱의 새로운 굿즈가 발매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서 무심코 예약구매를 해버렸다. 딱히 쵸로마츠 정도로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깨너머로 나마 계속 소식을 듣다보니 그녀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정도 관심이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쓸데없이 비싼 물건을 선뜻 구매한 것은 어디까지나 그녀를 위해서가 아닌, 쵸로마츠를 위해서다. "무슨 반응이 그래?"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데." "당장 나한테 달려들어야지." 나는 택배를 기다리는 내내, 그리고 옷을 갈아입는 내내 머릿속으로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쵸로마츠의 성격상 그럴 리가 없겠지…라는 생각도 물론 했지만. "외로우면 나한테 이러지 말고 형이랑 얼른 사귀어. 가서 지지든 볶든 맘대로 하란 말이야. 어린애들도 아니고 밀었다 당겼다 밀었다 당겼다… 지켜보는 내가 다 속터진다." "………" 그와 나에게는 온도의 차이가 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만큼,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닌데 새삼 가슴이 아프다. "알았어. 귀찮게 해서 미안해." … … … 나는 실망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무의식중에 어깨가 힘없이 쳐지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왜 네가 그런 얼굴을 해? 지금 어처구니가 없는 건 나고, 속상한 것도 나야. 넌 언제나 나를 시덥잖은 놀이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잖아." 쵸로마츠가 내 팔을 붙잡고 말했다. 확실히 평소의 나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늘의 나는 진심으로 쵸로마츠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의 눈에 조금이나마 예쁜 사람으로, 재밌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었다. 나를 조금 더 필요로 해줬으면,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쑥스러움에 장난을 빙자했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쵸로마츠가 이런 내 노력을 조금은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 문득 쵸로마츠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해." 또 무언가 가슴을 찔러오는가 싶었지만, 그는 내 생각과 달리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솔직히 말할게…" "너 지금 정말 귀여워."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쵸로마츠의 얼굴을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것이 침울한 표정으로 보였던걸까. 쵸로마츠가 돌연 짧게 숨을 토해내며 나를 끌어안았다. 그의 밝은 초록색 셔츠에 얼굴을 묻자, 무언가 향긋한 냄새가 나를 확─ 하고 덮쳐왔다. 약간의 소독제냄새도 났다. 덕분에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마음이 진정되었다. 쵸로마츠다. . . . 내가 좋아하는 쵸로마츠. . . . 내가 바라던 쵸로마츠. . . . … … … "있잖아." 쵸로마츠는 천천히 나를 품에서 떨어뜨렸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바짝 다가서있었다. "실은 나… 전부터 냐짱이 신발을 벗은 모습이 보고 싶었어." 그는 나와 이마를 마주대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애인을 조르듯이 나의 허리춤을 꼬옥 붙잡았다. 그의 목소리는 대개 내게 잔소리를 하기 위한 것이었고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만큼은, 나에게 아주 달콤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양말도." 나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 뒤 바닥에 앉아 검은 루즈삭스를 발목까지 내렸다. 그러자 쵸로마츠가 그것을 완전히 벗겨주었다. 그는 하얗게 드러난 내 다리를 잠시 감상하다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자신의 시야에 비치는 광경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좋네." 그는 상체를 숙여 내 무릎 위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또 무언가를 물색하듯이 나를 살펴보았다. "자켓도 벗어봐." 그가 마른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냉정하게 않아라고 말했던 주제 주문이 많잖아. . . .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애써 숨기며 조심스레 자켓을 벗었다. 이윽고 쵸로마츠는 내 가슴 위에 손을 얹은 뒤 그대로 내 몸을 천천히 훑었다. 그 동선을 따라서 그의 시선도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내 얼굴을 한 번 쳐다봤다가 고개를 모로 돌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나를 향해있던 손도 거두었다. "젠장…" "왜 그래?" "위험해."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 그리고. . . . 갑자기 심호흡과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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